[해외NGO체험기]김수정/캄보디아 가출청소년 교육활동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55분


“캄보디아는 참 덥다고 들었어요. 또 선생님은 도마뱀과 함께 지내신다면서요. 선생님이 한국에 오시면 아이스크림 하나 꼭 사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도마뱀 한 마리만 잡아다 주세요.”

3월19일부터 약 3개월간 월드비전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가출청소년지원센터에서 파견근무하며 받았던 편지.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 어린이가 보낸 것이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는 가출청소년 문제가 심각해 1만5000여명의 청소년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쓰레기를 주우며 연명하기도 하고 홍등가에 팔려나가 매춘을 하기도 한다.

지원센터는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물건을 훔치고 본드를 흡입한 적이 있는 100여명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우치도록 교육하며 나아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적응훈련을 시키고 있다. 주변 영세지역 아이들에게도 크메르어 수학 역사 문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가져간 그림본과 색종이를 이용해 색칠도 하고 종기접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이들이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육을 시킨다 해도 꿈이 없으니 동기 부여가 안됐다.

캄보디아의 하늘을 보면 마치 푸른 바다를 보는 것과 같은 시원함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도 자기네 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한번 아이들과 장래 소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봉쌍이라는 15세 남자아이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배부르게 밥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하루종일 나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커서 무엇이 되겠다거나 무엇을 배우겠다는 꿈을 지금은 갖고 있지 않아도 나는 그들이 건네준 선물을 보며 그 꿈을 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나의 도움이 큰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의 선물을 준비했던 것이다. 서툰 솜씨로 내가 가르쳐준 종이꽃을 접으며.

김수정<월드비전 응암종합사회복지관 가정복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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