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미집행 地主에 피해보상"…憲裁 "도시계획법 4조 위헌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장기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에 대해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도시계획법 제4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문희·金汶熙 재판관)는 22일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박모씨 등 18명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학교시설부지 지정 뒤 장기간 사업시행 지연으로 토지를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보상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도시계획법 4조를 당장 무효화하면 도시계획이라는 중요한 국가행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 개정 전까지는 이 조항을 잠정 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62년 도시계획법 제정 이래 장기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재산권을 침해받은 나대지 소유자들이 일정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도시계획사업 시행에 따른 재산권제한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이뤄져야 하며 도시계획시설 지정 뒤 토지소유자에게 10년 이상 아무런 보상 없이 인내를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1년 말까지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규정을 신설해 도시계획법을 개정하되 법개정 전에 도시계획시설결정으로 손해를 본 토지 소유자도 금전보상과 토지매수청구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97년 말까지 전국에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곳은 23만개소 29억㎡이며 이 중 10년 이상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면적은 8억㎡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310여배에 이른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실행불가능한 도시계획시설결정과 장기간 사업시행지연 사례는 줄어들고 도시계획이 전면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시설지정 후 보상이 가능한 범위와 관련해 “보상기한 결정은 입법권자의 권한이지만 지정 후 10년 이내에 보상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취지”라고 밝혔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장기 미집행에 따른 보상 규정을 도시계획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