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를 맞은 전국 농촌에 농산물 도둑이 날뛰고 있다. 농산물 절도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올 가을에는 특히 화물트럭 등을 동원한 ‘기업형 싹쓸이 절도단’이 등장, 농심(農心)을 멍들게 하고 있다.
▼피해 실태▼
본보 취재진이 전국의 농산물 도난 피해 실태를 파악한 결과 예년보다 피해건수가 2배 가량 늘었고 피해규모도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 내에서만 이달들어 25일까지 농산물 절도혐의로 10명이 구속됐을 정도.
경기 화성군 등에서는 농민들이 도로변에 널어놓은 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농민들은 “대형 진공흡입기를 동원한 ‘기업형 절도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충북 경북지역에는 인삼도둑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연천군 백학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재근씨(44)는 “올들어 8차례나 6년근 인삼을 도둑맞았다”며 “수매가로 따져 3000만원어치가 넘는다”고 말했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백학면의 인삼농가 모임인 ‘백학삼우회’ 회원 농가 중 올들어 도둑을 맞지 않은 농가가 한곳도 없는 실정이다.
경북 상주경찰서는 17일 인부 60명과 트럭을 동원, 자신의 인삼밭인 것처럼 속여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의 인삼밭에서 인삼 4100여㎏(시가 1억2000만원 상당)을 훔친 오모씨(45·대전 대덕구)등 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김모씨(40)는 “예전에는 산줄기를 타고 넘어와 인삼을 몇뿌리 훔쳐가는 정도였으나 요즘은 등산객을 가장해 3,4명이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인삼을 싹쓸이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인삼협동조합의 생산지원 담당 도진덕(都鎭悳·30)씨는 “농산물은 누구의 소유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현장에서 범인을 잡지 못하면 결국 농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민-당국 대응▼
전남 나주지역 농민들은 요즘 벼 건조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주시 산포면 간이비행장 활주로 주변에서 번갈아 밤샘을 하고 있다.
또 6년근 인삼밭 1만여평을 소유한 충북 괴산군 감물면 매전리 정모씨(37)는 “인삼밭 주변에 움막을 지은 뒤 월 80만원씩 주고 경비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경찰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대상지역이 워낙 넓은데다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선 야간경비를 강화하고 검거된 농산물 절도범은 무조건 구속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배 수확기인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과수원 주변 6곳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검문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기간에는 관내에서 배 도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수확기에는 군병력이나 공익근무요원을 지원해주는 등 경찰이나 행정당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농산물 절도 예방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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