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갑숙씨 수사' 신중…문화계 반발등 거세 내사종결 가능

  • 입력 1999년 10월 25일 20시 01분


검찰이 탤런트 서갑숙(徐甲淑·38)씨의 성체험 수기에 대한 수사여부를 놓고 전례없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담당인 서울지검 형사3부 권재진(權在珍)부장검사는 25일 “사건을 흥미 위주로 다루지 말아달라”며 “그 어떤 기준도 절대적일 수 없어 일선 검사와 네티즌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같은 조심스러운 자세는 서씨의 책이 과거 음란시비로 수사대상이 됐던 출판물과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판단 때문.

우리나라의 첫 음란물 재판은 ‘유엔성냥 사건’. 69년 부산에 있던 유엔화학공업사 대표 신모씨는 화가 고야의 작품인 ‘나체의 마야’를 성냥갑에 인쇄해 팔았다가 벌금을 내게 됐다.

신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70년 “명화라도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음란물이 될 수 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소설 ‘반노’의 작가 염재만씨는 음란문서제조죄로 70년 1심에서 벌금 3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즐거운 사라’의 마광수(馬光洙)교수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장정일(將正一)씨의 경우 구체적인 묘사로 변태성행위 등을 상당부분 표현한 점이 인정돼 법원에서 95년과 98년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서씨의 경우 자신이 체험한 사실을 스케치 형식으로 솔직 간단하게 기술한데다 문제가 되는 성행위 장면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점 때문에 검찰은 고민하고 있다.

또 서씨 본인은 물론이고 문화계도 “음란성과 상업성 여부는 보수적인 법의 잣대가 아니라 성숙한 시민들의 공론화를 통해 판단할 문제”라고 내사사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서씨 사건이 내사종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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