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 확산]6대 미스터리 총점검

  • 입력 1999년 10월 27일 20시 10분


▼문일현기자 왜 작성했을까▼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는 왜 그런 ‘문건’을 만들었을까.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과 회사(중앙일보)의 지시에 의해 작성했다는 주장이 병존하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중앙일보는 이날 “문일현씨가 베이징에서 본사에 전화를 걸어 ‘베이징에서 전화로 평소 친분이 있는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부총재와 이야기한 후 내가 상황이 걱정 돼 작성한 것이다. 개인 의견을 정리해서 보낸 것이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어 “문씨는 그 문건을 개인적으로 참고하라고 준 것이므로 그 문건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유출경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문기자가 개인적으로 문건을 작성, ‘참고용’으로 이부총재에 전달했다는 대목은 이부총재측의 설명과 일치한다. 이부총재측은 27일 문기자가 “참고하라”며 문건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여전히 ‘중앙일보측의 역(逆)공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6일 밤 당 관계자가 베이징의 문기자에게 전화를 했을 때 문기자가 “회사간부의 지시로 만들었다”고 얘기했다는 것.

또 일부 신문의 보도 내용, 즉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언론사 간부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았다는 대목 중 ‘언론사 간부’가 ‘중앙일보 간부’라는 게 여권의 자체조사 결과다.

정의원에게 문기자의 문건이 전달된 경로로 볼 때 ‘언론탄압’이라는 ‘역공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문기자에게 문건작성을 지시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7월 베이징에서 일시 귀국한 문기자를 만난 국민회의의 한 중간간부는 ‘개인적 동기’가 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정형근의원에 전달된 경로는?▼

‘언론관련 문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흘러들어갔는지가 이번 사태의 최대 미스터리다. 정의원이 제보자 신변보호를 이유로 누구에게서 이 문건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원은 27일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이 문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는 “이 문건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포함해 서너명만 아는 극비문서”라면서 “그 과정에 직간접으로 개입된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원은 또 “이 문건을 한다리만 건너서 받았더라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폭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의원은 그러나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이 문건을 제보한 사람은 전직 국정원장이었던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부총재와 아주 가까운 측근”이라고 말을 바꿨다.

반면 국민회의는 문기자가 작성해 이종찬부총재측에 주었던 문건이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중앙일보에 입수돼 중앙일보 간부를 거쳐 정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이 문서를 입수한 중앙일보 간부 P씨가 윗사람에게 보고했고 핵심간부들이 이를 돌려본 것으로 안다”면서 “중앙일보는 홍석현(洪錫炫)사장에 대한 탈세조사 등이 시작되자 자기회사 기자가 작성한 사실을 모르고 정의원에게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누가 정의원에게 제보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추가로 파악해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정의원은 이같은 국민회의측 주장을 강하게 부인한다. 정의원은 “언론사 간부로부터 제보받았다는 여권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일보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회의는 문씨가 작성한 문건을 입수해 정의원에게 전달한 사람이 중앙일보 간부라고 주장했는데 진상을 떳떳하게 공개하라”면서 “중앙일보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법적 조치 등 모든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문기자가 베이징에서 팩시밀리로 이 문건을 국내로 보내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감청했던 것을 정의원과 가까운 국정원직원이 정의원에게 제공했다는 추측도 나온다.정의원이 제보자를 밝히지 못하는 것도 국정원 내 자신의 인맥이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이강래前수석 왜 지목했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언론관련 문건 작성자로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 ‘제보자의 제보와 자체정보팀이 파악한 정보에 따른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안기부 퇴직자 등으로 구성된 정보팀을 운영중인 정의원은 제보자로부터 언론관련 문건을 제보받은 뒤 이전수석의 사무실에 누가 드나들었는지 등을 추적,이전수석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정의원은 “이전수석은 YS정부 시절 전병민(田炳旼)씨와 똑같은 사람”이라면서 “이전수석은 정무수석에서 물러난 뒤에도 비선(秘線)에서 각종 보고서를 만들어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부총재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특히 이전수석이 동교동계와의 갈등으로 정무수석에서 물러난 뒤 이부총재와 협력하며 재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이전수석이 안기부 기조실장 시절 부장이었던 이부총재와 인연을 맺은 이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의원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이전수석이 작성한 각종 보고서에 익숙해졌을 것이라는 점도 정의원이 이전수석을 지목한 이유 중의 하나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중앙일보 개입했나▼

중앙일보는 27일 밝힌 해명서에서 “언론장악 대책 문건은 문일현(文日鉉)기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중앙일보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회의는 중앙일보 간부가 이 문건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초점은 문기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인가, 아니면 중앙일보측이 사(社)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문건 작성과 전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모아진다.

국민회의의 주장대로 문건 전달자가 중앙일보 간부라면 중앙일보측이 작성자가 문기자임을 알지 못하고 전달했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회의측은 “중앙일보가 문기자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했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기자는 27일 오후 중앙일보 편집국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현직기자도 아니고 개인 의견을 정리해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앙일보측은 발표했다.

이와 관련, 정의원은 25일 밤 한 기자와 만나 “문건은 모 언론사 간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가 27일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이종찬(李鍾贊)전국가정보원장과 가까운 측근으로부터 받았다”고 번복하면서도 실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여권 어떻게 작성자밝혀냈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언론관련 문건’을 폭로한 직후 여권에는 문건의 출처 등에 관한 제보가 잇따랐다는 것이 여권의 설명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종찬(李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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