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수사전망-관련자 처리]

  • 입력 1999년 10월 28일 00시 07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언론장악 문건’ 폭로에 대해 이강래(李康來)전청와대 정무수석이 27일 정의원과 문건 작성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함에 따라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책임을 지게 됐다.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 형사3부 오세헌(吳世憲)부부장은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수사의 초점은 △문건 작성 및 전달의 목적과 경위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범위와 한계로 모아진다.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주장대로 그가 개인적으로 작성해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에게 전달했다면 문기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렵다. 문건에 이 전수석을 비난하는 내용이 없는데다 공개를 목적으로 작성한 문건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문기자의 직업적 도덕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국민회의는 문건 전달자가 중앙일보 간부라고 주장했다. 만일 국민회의 주장대로 중앙일보 간부가 문건을 정의원에게 전달해 공표되도록 했다면 이 간부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즉, 전달자는 경우에 따라 정의원과의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면책특권은 책임을 면제시킬 뿐 위법성을 조각하는 게 아니어서 의원의 문제 발언을 교사, 방조한 자는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원의 처벌문제는 면책특권의 한계와 관련해 복잡하다.

우선 ‘국회 내 발언’의 범위가 문제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국회의원이 원내에서 한 발언을 원외에서 발표했을 경우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의원이 26일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은 ‘국회 밖 발언’으로 처벌대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의원 발언은 ‘국회 내 발언의 연장’이므로 ‘국회 내 발언’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면책특권의 한계도 문제다. 대부분의 헌법 교과서는 “원론적으로 국회의원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허위 사실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 정종섭(鄭宗燮)교수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면책특권의 범위 밖이라 해도 정의원의 경우는 발언대상이 공인(公人)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할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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