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수배서 검거까지]'긴긴 숨바꼭질 추적' 11년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0시 35분


얼굴없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씨는 검찰 경찰 등과 11년 동안이나 숨바꼭질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안잡는 게 아니라 못잡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민청련의장이던 김근태(金槿泰)씨를 고문한 혐의로 고소된 이씨는 88년 12월 잠적했고 경찰은 그해 12월31일 뒤늦게 ‘피의자 지명수배’가 아닌 ‘직장이탈자 발생 수배’를 내렸다. 처음부터 이씨를 잡는데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던 것.

이후 5년 동안 경찰의 수사는 ‘특이사항 없음―계속 수사중’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구속자 가족들의 모임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현상금을 내걸고 “경찰이 안잡으면 우리가 잡는다”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김영삼(金泳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때 검찰이 직접 이씨 검거에 나선 적도 있다. 93년 11월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洪準杓·전 한나라당 의원)검사 지휘로 수사전담반이 편성된 것. 홍씨는 “이근안을 검거하는 데 수사검사로서의 명예를 걸겠다”고 장담했으나 별무소득이었다.

그동안 이씨의 공소시효도 수차례 연장됐다. 당초 이씨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불법체포 감금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92년9월까지였다. 그러나 김근태씨가 재정신청을 낸 87년 이후 공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공소시효가 중단됐고 93년 대법원에서 공범들에 대한 형이 확정돼 공소시효가 99년까지 연장된 것. 이어 법원이 지난해 10월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8명을 13년 만에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관련자인 이씨의 공소시효는 다시 2013년으로 연장됐다.

법원이 잇따라 공소시효를 연장했지만 사실 검경은 그동안 이씨 검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검경에 붙잡히지 않고 11년 동안이나 종적을 감췄다가 ‘자수’라는 길을 택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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