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根安 자수' 정국에 미묘한 파장

  • 입력 1999년 10월 30일 00시 37분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씨의 자수가 ‘언론대책문건’으로 여야간 대립이 격화돼 있는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이씨가 입을 열면 과거 안기부 대공수사전문가로 활약했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도 영향을 미칠 모종의 사실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며 은근히 ‘기대’하는 표정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씨가 돌연 자수한 배경에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정부가 ‘언론대책문건’ 정국을 덮기 위해 공작 차원에서 이씨의 자수를 끌어낸 것이 아니냐는 것.

국민회의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은 29일 “이씨의 진술을 주의깊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안기부에서 대공 시국사건 수사 전반을 지휘했던 정의원의 전력이 새롭게 밝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원은 이씨가 ‘고문기술자’로 맹위를 떨치던 80년대에 안기부 대공수사국, 수사2단장(85년), 대공수사국장(88년) 등을 지내면서 대공 시국사건 수사에 깊숙이 관여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의원은 이날 ‘언론탄압 규탄대회’에서 “6월 옷로비사건 때는 신창원이 나타나 여권을 돕더니 이번에는 이근안이 나타났다”면서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김정숙(金貞淑)의원도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언론말살 공작을 덮기 위해 이근안을 자수시킨 것”이라면서 ‘언론대책문건’파문과 이씨의 자수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