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3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에게 1000만원을 준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돈을 준 시점은….
“어제(30일) 5개월 전이라고 한 것은 착각이었다. 두번째로 500만원을 준 것은 지난해 12월 초순이었다. 이보다 3,4주전에500만원을 줬던것 같다.”
―돈의 출처는….
“개인 돈으로 줬다.”
―돈을 줄 때 조건은 없었나.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사이여서 처음에는 집안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조건없이 500만원을 줬다. 두번째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는 솔직히 짜증도 났으나 집사람 의견을 듣고 다시 도와주기로 했다. 당사 사무실로 불러 ‘형편될 때 갚으라’며 줬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보궐선거에 개입한 내용이 담긴 문건 등 10여건을 추가로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검찰조사에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기자가) 허황된 ‘괴문서’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국정조사과정에서 추가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기자에게서 그런 문건을 받은 시점은….
“돈을 주고나서 훨씬 뒤의 일이다.”
―돈 준 사실을 알고서도 왜 공개하지 않았나.
“이기자가 28일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돈 받았다는 사실을 밝힌 다음날 열린 연석회의에서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언론계 전체를 매도하는 일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발표를 미뤘던 것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이종찬부총재 "李기자, 李총재에 문건 직접 줬을수도"▼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는 31일 ‘언론대책문건’ 파문과 관련,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받은 1000만원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개인이 지급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인 돈이 아니라면 누구 돈이라는 말인가.
“진상은 잘 모른다. 다만 통상적으로 보기에 액수가 너무 커 다른 관련자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기자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28일 이기자가 내 사무실의 최상주(崔相宙)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고백했다. 이기자는 당시 ‘모든 것을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해 이 사실을 당에도 알리지 않았다.”
―이기자가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나.
“잘 모르겠다.”
―이기자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어떤 관계인가.
“이기자 부인이 이총재 딸과 대학 동창이어서 평소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의 문건도 이기자가 이총재에게 직접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정말로 문건을 보지 않았는가.
“정말 못봤다. 보고도 들은 바 없다.”
―야당에서는 이부총재가 문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는데….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보고를 하나.”
―문건 작성자인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이 있나.
“없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이신범-설훈의원"평소 친분감안 빚보증 부탁 들어줬다"
박관용부총재 "청와대실장 때 안면…형편어렵다고 해 도와줘"▼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와 친하게 지냈던 이신범(李信範)의원은 31일 “지난해 6월 이기자가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며 은행 빚보증을 서달라고 하기에 1000만원 보증을 서줬다”며 “그런데 이기자가 약속한 1년이 지나서도 빚을 갚지 않아 내가 은행으로부터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10여일전 이기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고 야단을 쳤다”고 밝혔다.
국민회의 설훈(薛勳)의원도 “옛날 재야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기자가 96년6월 의원회관을 찾아와 어려운 사정을 말했을 때 은행빚 1000만원의 보증을 서줬다”며 “98년3월 은행빚 연체사실을 통보받고 이기자에게 따졌더니 같은 해 6월 이신범의원으로 보증인이 교체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부총재는 “청와대비서실장 때 알게 된 이기자가 생활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기에 도와주긴 했지만 일부 보도에서 나온 700만원보다는 훨씬 적었다”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이기자가 언젠가 날 찾아와서 은행 빚보증을 서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배경이 의심스러워 두고보자고 미뤘더니 그 이후에는 찾아오질 않더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