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나기 불과 하루 전, 파출부를 하며 집안을 꾸려가는 엄마를 위로하는 예쁜 글을 작은 메모지에 적어 방에 접어뒀던 딸 이지혜양(17·부평여상2). 그의 사망소식을 들은 어머니 김영숙씨(43)는 인천 중구 신흥동 인하대병원 영안실에서 실신을 거듭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가 처음 딸의 사고소식을 들은 것은 30일 오후 10시경.
TV에서 화재소식을 보고도 “내 딸은 술을 안마시니까…”라며 안심하고 있었던 김씨는 지혜양의 친구들로부터 “불이 난 곳이 바로 지혜가 아르바이트하던 호프집”이라는 연락을 받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 인하대병원에서 딸의 싸늘한 시신을 확인한 김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 끝내 정신을 잃었다.
“내 잘못이에요. 내가 가난해서 용돈을 넉넉히 주지 못하니까 지혜가 아르바이트를 하다 죽은 거예요.”
지혜양은 항상 웃고 다니는 활발한 성격으로 파출부로 일하며 힘겹게 생계를 꾸리는 홀어머니 김씨를 평소 끔찍이 위하고 따랐다.
또 중학교때까지는 공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지혜양이 고등학교 입학 이후 마음을 잡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애쓰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족의 슬픔은 더욱 컸다.
김씨는 지혜양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문제로 남편과 별거, 파출부를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지혜양은 구김살없이 늘 밝은 모습이었다.
매년 7월 김씨의 생일 때면 어김없이 스타킹과 립스틱을 사 들고 와 “커서 돈 많이 벌어 엄마 호강시켜 주겠다”며 해맑게 웃기도 했다.
사고 당일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을 감춘 지혜양은 “엄마 나 이쁘지”라며 재롱을 부리고 집을 나섰고 그 한마디는 곧 김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고등학생들에게 술을 팔고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키다니요. 건물에 비상통로만 있었어도…. 유흥가에 학생지도하는 선생님이 몇분만 계셨어도…. 우리 착한 지혜와 그 많은 어린 생명이 연기속에서 죽지는 않았을텐데….”
몇차례 혼절 끝에 깨어난 김씨는 모든 것을 잃은 듯 허탈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