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기간제 초등교사 문제점

  • 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03분


정년단축 등 정부의 교원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올해 8월 명예퇴직한 초등교사 박모씨(50). 그러나 그는 2학기부터 기간제 교사로 재임용돼 다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씨는 “교사 부족으로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학교측의 호소로 마지못해 학교로 돌아왔지만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히려 퇴직 전보다 수입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담임을 맡지 않아 부담도 덜하기 때문이다.

4000여만원의 명퇴 수당과 매달 1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 박씨는 수당 명목으로 150만원 가량의 ‘월급’까지 받아 사실상 과거보다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

초등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박씨처럼 명예퇴직한 초등교사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교단에 서는 등 정부의 교원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실태▼

초등교사 부족 현상은 교육부가 지난해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고 명예퇴직 자격을 50세 이상 교사에서 경력 20년 이상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교육부의 이같은 정책은 임금 부담만 크고 타성에 젖은 경력 많은 교사를 내보내고 새로운 교사를 충원, 교단의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올해 전국에서 명예퇴직한 초등교원 수는 8000여명에 이른다. 서울시내에서만도 올해 2월과 8월 초등교사 3206명이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났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박씨처럼 올해 명예퇴직한 뒤 다시 교단에 서고 있는 초등교사가 서울시내에서만도 1191명이나 된다.

명퇴교사를 재임용하는 이유는 교사들이 대규모로 교단을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에는 임용자격을 가진 교육대학 졸업생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교육재정 부담 가중▼

대규모 명예퇴직과 명퇴 교사의 재임용은 가뜩이나 어려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재정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명퇴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1978억원의 빚을 져야 했을 정도.

결국 각 시도교육청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명예퇴직시킨 교사들을 또다시 월급을 주고 재임용할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학부모와 현직교사 불만▼

명퇴교사의 재임용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학부모는 “교단이 싫다고 떠난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뒤 얼마나 애정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칠지 의문스럽다”고 걱정했다.

또 명퇴교사의 재임용은 현직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명퇴신청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명퇴교사들은 방학중에는 수당을 받지 않는데다 상여금과 다른 수당이 없기 때문에 현직교사보다 임금이 적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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