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 수사]前업소관리인, 호프집 상납장부 폭로

  • 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03분


화재사고로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라이브 호프집의 실소유주 정성갑(鄭成甲·34)씨가 경찰에 상납한 내용이 적힌 비밀장부 일부가 3일 공개됐다.

정씨 소유의 노래방과 콜라텍 등을 관리해오다 최근 그만둔 B씨는 3일 본보 기자와 만나 불이 난 히트노래방의 수입 및 지출내용이 기록된 업무수첩 사본을 공개했다.

이 수첩에 적힌 지난해말부터 1월 중순까지의 지출 내용에는 ‘회장님 30만원 경찰서’(99년 1월16일) ‘단속(중부서) 70만원’(99년 1월1일) ‘파출소 봉투 회장님 30만원’(98년 12월31일) 등이 기록돼 있다.

이 수첩에는 또 ‘모든 관공서 상납시 회장님으로 적을 것’이라는 정씨의 지시사항도 적혀 있다.

한편 화재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유흥업소 비호 의혹을 수사중인 인천경찰청은 경찰 고위간부가 정씨와 관할 파출소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한 혐의를 잡고 조사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인천중부경찰서 방범과 직원으로부터 ‘지난해 8월 라이브 호프집의 불법영업 사실을 적발해 축현파출소에 인계했으나 파출소측이 이를 처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중부경찰서 고위간부에게 보고했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중부경찰서 방범과 직원은 또 “당시 처리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축현파출소에 갔을 때 정씨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는걸 보고 정씨와 파출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었다”며 “당시 고위간부에게 이같은 사실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인천경찰청 최재웅(崔載雄)수사과장은 이와 관련,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사실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되면 당시 중부경찰서 고위간부를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제의 고위간부는 “당시 라이브호프집이 자주 적발되는 문제업소였기 때문에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었다”고 밝혔다.

〈인천〓박정규·박희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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