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날 밤 정씨를 수사본부가 차려진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압송해 경찰 구청 소방서 등의 공무원들에게 불법영업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상납했는지 여부와 미성년자를 출입시킨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정씨는 이날 내연의 처인 김모씨(27)의 설득으로 자수를 결심한 후 청바지에 검정 잠바차림으로 사전에 경찰과 약속한 장소인 대천역 앞으로 나왔다.
정씨는 압송차량에서 “어린 학생들이 너무 많이 희생돼 죄책감이 커 자수를 미뤄 왔다”며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는 수사과정에서 모두 털어놓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한편 정씨 소유의 노래방과 콜라텍 등을 관리해오다 최근 그만둔 B씨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불이 난 히트노래방의 수입 및 지출내용이 기록된 업무수첩 사본을 공개했다.
이 수첩에 적혀 있는 지난해말부터 1월중순까지의 지출 내용에는 ‘회장님 30만원 경찰서’(99년 1월16일) ‘단속(중부서)70만원’(99년 1월1일) ‘파출소 봉투 회장님 30만원’(98년 12월31일) 등이 기록돼 있다.
이 수첩에는 또 ‘모든 관공서 상납시 회장님으로 적을 것’이라는 정씨의 지시사항도 적혀 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경찰 고위간부가 정씨와 관할 파출소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한 혐의를 잡고 조사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97년 5월부터 정씨의 집에 살면서 정씨가 호프집을 수리할 때 의경 3명을 동원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인천중부경찰서 교통지도계장 이성환(李成煥·45)경위에 대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천중부경찰서 방범과 직원으로부터 ‘지난해 8월 라이브Ⅰ 호프집의 불법영업 사실을 적발해 축현파출소에 인계했으나 파출소측이 이를 처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중부경찰서 고위간부에게 보고했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제의 고위간부는 “당시 라이브호프집이 자주 적발되는 문제업소였기 때문에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었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박정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