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날 밤 정씨를 수사본부가 차려진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압송해 경찰 구청 소방서 등의 공무원들에게 불법영업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상납했는지 여부와 미성년자를 출입시킨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정씨는 이날 내연의 처인 김모씨(27)의 설득으로 자수를 결심하고 청바지와 검정색 잠바차림으로 사전에 경찰과 약속한 장소인 대천역 앞으로 나왔다.
정씨는 압송차량에서 “어린 학생들이 너무 많이 희생돼 죄책감이 커 자수를 미뤄 왔다”며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는 수사과정에서 모두 털어놓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정씨는 도피중 재산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아직 어린 나이인 3명의 자식을 위해 재산을 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정씨 소유의 9개 유흥업소와 각 업소 명의사장들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매출전표 세금영수증 및 주류구매 관련 서류 등을 압수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상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라이브호프 외에 정씨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의 명의상 사장 3,4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들 업소의 매출액과 공무원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정씨 소유 업소의 불법영업을 묵인해준 혐의로 중부경찰서와 축현파출소 소속 직원 18명을 소환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일부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97년 5월부터 정씨의 집에 살면서 정씨가 호프집을 수리할 때 의경 3명을 동원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해준 혐의(직무유기 등)로 인천중부경찰서 교통지도계장 이성환(李成煥·45)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정씨 소유의 노래방과 콜라텍 등을 관리해오다 최근 그만둔 B씨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불이 난 히트노래방의 수입 및 지출내용이 기록된 업무수첩 사본을 공개했다.
이 수첩에 적힌 지난해말부터 1월중순까지의 지출 내용에는 ‘회장님 30만원 경찰서’(99년 1월16일) ‘단속(중부서) 70만원’(99년 1월1일) ‘파출소 봉투 회장님 30만원’(98년 12월31일) 등이 기록돼 있다.
이 수첩에는 또 ‘모든 관공서 상납시 회장님으로 적을 것’이라는 정씨의 지시사항도 적혀 있다.
〈인천〓박희제·박정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