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본보 취재팀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논현동 청담동 일대의 영업정지중인 25개 업소를 직접 확인한 결과 폐업했거나 장소를 옮긴 9개 업소를 제외한 16개 업소가운데 4개 업소가 계속 불법영업을 하고 있었다.
▼"누구 찾느냐" 캐물어▼
이날 오전 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G단란주점. 아예 간판을 떼어버린 뒤 외부에서 손님을 공수해 오는 수법으로 영업중이었다. 주차장에는 아카디아 그랜저 등 고급승용차 6,7대가 세워져 있었다.
G단란주점이 입주한 6층짜리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주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러나 다가가 건물에 손을 대자 진동이 느껴지며 가느다랗게 음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 지하1층 ‘음악의 진원지’인 ‘쪽방’에 다다랐다. 여기에도 간판이나 안내판은 전혀 없었다.
‘쪽방’문을 열자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 4,5명이 취재진을 맞았다. 아가씨들이 10여개의 방을 드나들고 있었고 20여명 가까운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취재진이 가게를 빠져나오자 종업원들이 따라와 “어디서 왔느냐” “누구를 찾느냐”며 꼬치꼬치 캐묻다가 되돌아가 문을 걸어잠궜다.
비슷한 시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D단란주점. 간판은 불이 꺼져 있었고 출입문 역시 굳게 닫혀 있었다. 누가 봐도 ‘문닫은’ 업소였다. 그러나 문을 두드리자 바로 안에서 “누구세요”라는 말이 들려왔고 취재진이 “술 마시러 왔다”고 대답하자 종업원이 나와 지하가게로 안내했다.
▼내놓고 호객행위까지▼
그런가 하면 전혀 꺼리낌 없이 내놓고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역삼동 K주점은 간판을 환히 밝힌 것도 모자란다는 듯 드러내고 호객행위까지 하고 있었다. “지금 영업정지기간 중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니저는 “8월경 경찰이 들이닥쳐 벌금을 물었지만 그후 통보가 없어 영업정지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12개 업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주변 업소들에 따르면 이들 업소들도 인천화재이후 몸조심차원에서 잠시 영업을 하지 않을뿐 이전에는 영업정지중에도 영업을 계속해왔다는 것.
▼당국 "주민 자율단속"▼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박모씨(38)는 “공무원들이 감사에서 지적되지 않으려고 불법사실이 발생할 경우 일단 서류상으로는 영업정지나 폐쇄명령을 내린 뒤 ‘단속하지 않을테니 걱정말라’며 돈을 받고 업주의 불법영업을 묵인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구청측은 “지난해 구청직원들이 업소단속을 하며 금품을 수수해 물의가 일어난 뒤 각 동사무소직원과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가 단속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비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법영업은 여전히,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본보 취재팀은 이날 확인했다.
특히 3일 오후는 서울경찰청이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여 불법영업중인 128개 업소를 적발해 88개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관할구청에 의뢰한 날이었다.
〈김상훈·선대인·박윤철·이완배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