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미 우리 식탁에 오르는 콩 옥수수 감자를 원료로 하는 식품 중에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원료로 한 것이 적지 않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미국과 유럽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된 GMO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결코 남의 나라의 일만이 아닌 셈이다.
▼GMO란▼
70년대 중반 생명공학 기술이 꽃피기 시작하면서 80년대에 들어 식품에도 이 기술이 도입됐다. 95년 미국의 몬샌토사가 유전자변형 콩을 처음으로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이를 인간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줄 ‘제2의 녹색혁명’의 시작으로 생각하고 환영했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안전성 논란’이 일어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GMO는 40여종 이상이 개발돼 콜라 참치 통조림 피자 과자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3%, 콩의 50%, 면화의 50% 가량이 GMO이다.
▼과연 안전한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GMO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 “한마디로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FDA 수입농산물 검역담당 조지프 바커는 “유전자 변형기술은 50년대부터 시작된 육종교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인데 유럽인들이 이제와서 갑자기 GMO에 대해 떠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FDA가 미국인이 먹는 음식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GMO를 허가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유럽인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영국 로위트 연구소 아라파트 푸스타이박사는 “유전자가 조작된 감자로 사육된 쥐의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장기가 손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곧 이어 유럽 13개국의 과학자 22명은 푸스타이박사의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GMO가 안전하다는 완전한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의 판매를 일시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프랑스 농림부 관계자도 “GMO 식품 문제를 과학적 성과로만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 GMO는 개발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10∼20년의 장기적 영향이 분석되지 않았다”며 “미국은 유럽의 광우병 파동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 및 무역전쟁의 성격▼
GMO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논란에는 음식 문화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양측의 무역전쟁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유럽인은 음식을 문화의 하나로 여기고 있어 분자구조를 멋대로 바꾼 농산물에 대해 ‘프랑켄슈타인 푸드’라고 부를 정도로 거부감이 강하다. 또 미국의 농산물 때문에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유럽 농민의 반발도 GMO논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식품회사들은 “GMO식품만이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기술이다. 정서적으로 GMO식품이 싫다고 해서 거부하는 것은 혁명적인 신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려는 중세인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입장▼
식량 수입국이면서도 정부는 GMO에 대해 별다른 지침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유통시키다가 최근 GMO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정부가 GMO식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GMO의 안전성이 위협받는다는 과학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 없다”며 “다만 의약품과 달리 음식은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GMO가 한국적인 조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식약청은 또 “안전문제와는 별도로 소비자가 먹는 식품이 GMO인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에 속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GMO식품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고 일본은 2001년부터 시행할 예정. 유럽에서는 현재 GMO 표시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표시를 크게 하는 것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파리〓정성희·워싱턴〓이병기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