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증권' 산업스파이 첫 적발…1명 사전영장

  • 입력 1999년 11월 8일 19시 17분


회사를 옮기면서 ‘사이버 증권사’의 설립과 운영방안에 관한 회사기밀을 가져간 증권사 직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8일 영국계 금융회사 리젠트 퍼시픽그룹의 국내 합작사인 대유리젠트증권 온라인증권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양성욱(梁盛旭·36·서울 서초구 방배동)씨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양씨 외의 또다른 직원 4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삼성증권 ‘사이버 마케팅팀’에서 팀장과 과장 등으로 함께 일하던 양씨 등은 7월 이후 리젠트 퍼시픽 그룹으로 이직하면서 회사의 기밀서류를 허가없이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이 양씨 등을 고소함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은 대유리젠트증권 온라인증권설립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삼성관련 디스켓 1장과 25개의 서류(A4용지 400여장)를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품에는 사이버 증권거래와 관련된 컴퓨터 시스템, 경영전략, 영업전략, 마케팅추진전략, 각종 프로젝트개발 등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경우 제품제조공정이나 공장관리기법 등의 기술이 기밀에 해당하겠지만 증권업계의 경우 사이버 증권사의 설립과 운영방안, 시황분석자료 등이 중요한 기밀에 해당한다”며 “특히 이번에 양씨 등이 빼돌린 기밀은 삼성에서 20여명의 전문가와 7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해 1년 가까운 기간을 들여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측은 또 “양씨 등이 이 자료를 대유리젠트증권 사이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용해 결과적으로 삼성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씨는 경찰에서 “부하 동료와 이삿짐을 함께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서가 들어간 것을 나중에야 알았으며 삼성측에서 반환하라는 얘기가 없어 그냥 보관했을 뿐 사이버 증권시스템 구축에 쓰지는 않았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사이버 증권’은 올해 국내 5대 증권사의 거래규모만 지난해(8조2000억원)보다 30배 이상 증가한 260조원으로 증권업계의 21세기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분야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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