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소득 부유층의 절반안돼…80년대이후 최저

  • 입력 1999년 11월 9일 18시 45분


외환위기 이후 계층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이른바 중산층의 소득규모가 부유층 소득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계층간 소득격차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작년보다 올 상반기에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고착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득계층 10분위 중 4∼7분위에 해당하는 중위계층의 소득비중은 8∼10분위인 상위계층 소득의 48.75%에 그쳤다. 이는 85년 하반기(48.09%)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것.

상위계층에 대한 하위소득계층(1∼3분위)의 소득규모는 24.88%에 불과해 8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간계층의 소득은 부유층의 절반, 하위계층은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셈. 금융연구원은 “부유층은 금리가 치솟았던 지난해 금융자산을 불려 재산을 늘린 반면 중하위 소득계층은 실업과 임금삭감 등의 여파로 수입의 절대수준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계층간 소득불균형은 90년대 들어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을 지속한데 힘입어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오히려 그 격차가 이전보다 더욱 확대되는 양상.

상위계층에 대한 중위계층의 소득비중은 90년 하반기에 52%선으로 오른 뒤 97년에 54%까지 높아졌지만 외환위기 이후 다시 절반 이하로 낮아져 올 상반기에는 48%대로 추락했다.

금융연구원의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잇단 도산으로 근로소득 의존도가 높은 중하위 계층의 소득창출 능력이 와해된 것도 소득불균형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산업 및 고용구조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소득분배 구조가 조만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중산층 붕괴로 이어져 우리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므로 경기회복의 과실이 중하위 소득계층으로 고루 분배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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