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件수사표정]"文기자담뱃갑 디스켓아니냐"확인소동

  • 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언론대책문건 사건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정상명(鄭相明)서울지검 2차장검사는 9일 언론브리핑에서 “이야기 못한다”로 일관했다. 이는 4일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를 조사한 뒤 진술 내용을 자세히 브리핑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8일 밤에는 보도진과의 대면을 기피하고 ‘서면’일문일답까지 했던 그는 이날 “수사보안상 말할 수 없다”는 요지의 4줄짜리 메모를 준비해와 낭독하려다가 보도진의 항의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문일현기자가 8일 귀국하면서 오른손에 말버러 담뱃갑을 꼭 쥐고 들어온 것과 관련해 보도진은 “담뱃갑 안에 담배가 아니라 문건관련 디스켓이 들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정차장은 “날카로운 상상이지만 그냥 담배라고 한다. 문기자가 담배를 원래 많이 피우고 특히 그 담배를 좋아한다더라”라고 부인.

…정차장은 문기자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것으로 드러난 SK상사 중국지사 김모부장을 검찰이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문기자와 고교 대학 동기동창인 김부장이 정말 우연히 서울에 와있어 소환이 가능했다”고 설명. 정차장은 “김부장이 10년만에 낳은 자식의 돌잔치를 위해 휴가를 내고 서울에와 있었다”며 “회사측에서는 통화내역을 유출한 적이 없는데 통화내역이 야당에 흘러들어가 오해를 사고 있다며 통화내역 제출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언.

…한편 이번 사건이 두 기자가 핵심 인물인 관계로 수사팀도 ‘기자’라는 말이 입에 익어 대화과정에서 서로를 ‘기자’라고 부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정상명 2차장은 이날 브리핑중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의 구본민(具本敏)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우리 구기자가…”라고 실언해 폭소를 자아냈다.

〈신석호·부형권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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