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왕(李鍾旺)대검수사기획관은 9일 조중훈(趙重勳)한진그룹 회장 3부자(父子)의 사법처리 수위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이렇게 대답했다. 검찰은 10일 고심끝에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회장만 구속수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기획관의 ‘순리’라는 말은 이같은 결론을 넌지시 암시한 말이었다.
▼빼돌린 돈 아버지-형이 써▼
검찰 수뇌부는 고령인 조중훈회장(만 79세)에 대한 불구속수사 방침은 오래전에 결심했다. 그 대신 재벌그룹의 탈세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 두아들은 구속수사할 것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그러나 조수호(趙秀鎬)한진해운 사장을 조사하다 보니 그에게 적용된 혐의에 참작할 부분이 튀어 나왔다. 조사장이 해외경비를 가공계상해 빼돌린 38억원의 상당부분과 계열사 공사대금에서 빼돌린 20억원은 사실상 아버지와 형이 사용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
이 때문에 검찰은 두아들을 모두 구속할 경우와 조양호회장만 구속할 경우를 놓고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는 등 장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사이에는 25억원 탈세와 6억2000만원 배임혐의로 구속된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회장과의 형평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며 구속수사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수사팀은 두아들을 모두 구속할 경우 ‘현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탓’이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검찰 수뇌부는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 조사장을 불구속수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재벌 3부자 동시소환 처음▼
한편 재벌그룹 회장 3부자가 동시에 소환돼 수사를 받은 것은 처음있는 일로 조중훈회장의 경우 공교롭게도 꼭 4년전인 95년 11월10일 오전 10시경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소환된 일이 있다.
검찰안팎에서는 3부자를 이례적으로 동시 소환한 것은 탈세 횡령 등으로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한 ‘압박용 카드’가 준비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재벌의 탈세 관행에 대한 응징과 사정(司正)의지를 보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최영훈·정위용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