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영일/音-美大 입시 성차별 없애자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58분


서울대 음대 미대가 20년 동안 남녀 성비에 의해 신입생을 선발한 방식을 폐지하려는 방침에 대해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제도가 모순임을 인정하면서도 성차별이라기보다는 문화 예술계에 여성 편향의 성적 불균형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선의의 방책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법대 의대 공대에 성별 쿼터를 두지 않는 것은 이 분야에 남성 편향의 성적 불균형이 문제될 것이 없어서인지 묻고 싶다.

이들은 이 제도를 리더십 보유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을 뽑는 선발 기준과 같은 성격의 것으로 보면서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력이 미달되는 일부 지원자들에게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는 정의롭지 못한 관행과 사회가 요구하는 특수한 재능이나 덕목을 가진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를 어떻게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관행을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용인해서는 안된다.

이 선발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유예기간을 두어 내년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서울대를 목표로 입시준비를 한 남자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든다. 이 문제는 지난달 여성특위의 시정조치 요청으로 느닷없이 제기된 것이 아니다. 7월 1일자로 발효된 ‘남녀차별방지법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지난번 입시가 끝나기도 전인 작년 12월에 제정돼 1월에 공고된 것이다. 그때부터 입시생들은 이미 성차별적인 입시제도에 변화가 오고 11월중 발표되는 새로운 입시요강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했다.

서울대 역시 올해 초부터 이 법을 검토하고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대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방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서울대가 명쾌하지 않은 시행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유예기간을 둔다면 기득권에 안주해 대비를 하지 않은 일부 남학생들을 과보호하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기회균등에 대한 믿음과 나라와 대학에 대한 신뢰를 갖고 열심히 준비한 여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울분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무책임한 행위가 될 것이다.

<김영일·서울대 음대미대 지원 여학생학부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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