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는 “경찰의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을 듣고 순수하게 경찰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지만 이 말의 진위를 확인해 줄 경찰총수는 4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김우현(金又鉉)전 치안본부장, 그리고 전씨와 박씨 이들 사이에 오고간 10억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온통 의문투성이다.
▼89년의 의혹▼
박씨는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87년 6월 직위해제되면서 경찰을 떠났다. 그로부터 만 2년이나 지난 89년 11월에 경찰총수 김씨가 박씨에게 10억원을 ‘하사(下賜)’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씨가 대공업무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박종철군 사건 때도 모든 책임을 거의 혼자 뒤집어쓴 일은 경찰 내부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 89년 11월은 1심판결에서 국가유공이 참작돼 집행유예로 풀려난 박씨의 2심 재판이 진행중이던 시점이다.
10억원이 박씨의 공적에 대한 뒤늦은 포상이나 ‘박종철사건’에 대한 입막음용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액수가 너무 크다. 또 비호세력을 둘러싸고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이후 수사를 받은 전씨의 돈이었다는 게 심상치않다.
▼99년의 의혹▼
박씨는 “돈을 받아가라”고 전화한 김씨는 지명하면서 돈을 직접 건네준 모차장이 누구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박씨는 당시 모차장의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10억원의 중심인물로 김씨가 떠올랐으나 김씨는 4년째 ‘식물인간’상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경찰의 중점 단속대상 중 하나인 카지노업을 운영하는 전씨가 아무런 대가없이 10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했다는 것도 ‘난센스’다. 그러나 그 당시 정황을 밝혀줄 다른 관련자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한 사람(김우현씨)을 죽이고 경찰조직과 ‘그 이상의 무엇’이 다치지 않으려는 암묵적이고 조직적인 ‘진실 숨기기’가 물밑에서 진행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낙원씨 누구인가▼
‘카지노의 대부’로 통하는 국제도박업계에서 손꼽히는 거물. 전국 13개 카지노업소 중 5개를 소유했던 굴지의 카지노재벌로 지금도 국내 최대규모인 서울 워커힐호텔 등 국내 3곳과 케냐 나이로비 1곳 등 4곳의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공헌을 해 89년 케냐 명예영사로 발령받기도 했다. 체육계에도 발이 넓어 한국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으며 학교법인 계원학원과 우경문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수필가 전숙희(田淑禧)씨가 친누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