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고사장주변]만삭주부 양호실서 시험

  • 입력 1999년 11월 17일 20시 10분


“아가야, 곧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너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고 싶단다. 엄마의 합격을 빌어주렴….”

수능시험이 치러진 17일오전 제4지구 21고사장인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고 1층 양호실. 만삭의 형모주부(25)가 양호실 한 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무릎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기도하고 있었다.

이날은 다름아닌 형씨의 출산예정일. 예정일을 어긴 ‘전례’가 거의 없는 ‘집안내력’ 탓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차라리 시험을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곧 태어날 아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엄마를 응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응시키로 결심했다고.

시험전날 학교당국을 미리 찾은 형씨는 학교측에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학교측은 양호실을 임시고사장으로 배정하는 한편 인근 소방서에 구급대의 출동을 의뢰했던 것.

학교측은 형씨를 위해 양호실의 모든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등 형씨가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병무(徐丙武·55)교감은 “산모가 진통도 호소하지 않고 별탈없이 시험을 마쳐 무척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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