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현1동 환일고교 정문앞.유니폼 차림의 건장한 학생 20여명이 한 수험생을 땅바닥에 쓰러뜨린 뒤 발과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 일부는 낯뜨거운 욕설과 함께 두꺼운 종이봉에 검은색 테이프를 감아 만든 몽둥이로 사정없이 매질을 가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D고교 태권도부원인 이들은 ‘거사’를 앞둔 선배들을 ‘격려’한다며 새벽부터 고사장 앞에 진을 친 뒤 속속 도착하는 수험생들을 인근 주택가 골목으로 끌고 가 이렇게 집단매질을 가했다.
현장 인근에 있던 경찰 10여명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제지에 나섰다. “매년 해온 ‘전통’인걸요. 시험 잘 보라는 격려의 장난일 뿐인데 왜 난리들인지….”
‘행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불만인 듯 투덜대며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의 등뒤로 교문앞 담벼락에 붙은 ‘학교폭력을 추방합시다’라는 팻말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