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수사]정일순-연정희씨 '배달-반납일' 위증

  • 입력 1999년 11월 18일 20시 02분


이형자씨 출두
이형자씨 출두
교묘한 ‘거짓말 게임’으로 국민적 분노를 샀던 국회 법사위 옷로비 의혹사건 청문회의 위증 구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 및 반납 시기에 대한 연정희(延貞姬) 정일순(鄭日順)씨의 진술을 위증으로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이들은 청문회 기간 내내 한목소리로 ‘12월26일 배달―1월5일 반납’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가 이은혜(李恩惠)씨를 위증을 부추긴 ‘제3의 인물’로 공개하면서 두 사람의 증언은 거짓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씨는 8월25일 청문회 마지막날 “코트 배달 시점을 나는 모르지만 연씨가 코트를 입어봤던 지난해 12월19일 ‘공직자 부인이 그러면 안된다’며 말렸다”고 증언했다. 연씨 주장대로 19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암시한 것이다.

위증의 또다른 고리는 정씨의 옷값 대납요구 여부.

정씨는 청문회 도중 이형자(李馨子) 영기(英基)자매의 증언에 대해 “이영기씨에게 옷값(1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이씨 세자매가 조작극을 꾸미고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현재까지 이 사실을 입증할 근거는 두 자매의 진술뿐. 그러나 특별검사팀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 사실을 적시할 정도로 진술의 일관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이은혜씨의 위증교사혐의가 드러나면서 배정숙(裵貞淑)씨의 청문회 증언을 주목하고 있다.

배씨는 청문회 첫날 “강모장관댁 결혼식이 열렸던 지난해 12월19일 연씨 등과 라스포사에 갔었다”고 증언했다.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19일 배달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대목이다. 이씨의 ‘위증 제의’를 거부한 것이다.

배씨는 5월말 검찰수사를 전후해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한다”는 말로 로비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특별검사 수사결과 배씨는 적어도 옷배달과 관련한 위증요구를 뿌리치며 ‘진실’을 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씨로서는 혐의를 벗으려면 해명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횃불선교원으로 찾아가 이형자씨에게 2200만원에 추가로 수천만원을 요구했다는 대목이다.

배씨는 “내가 그럴 이유가 있느냐”고 부인하고 있지만 특별검사는 현재로서는 배씨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씨가 구속되면 이형자씨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과정에서 이씨 자매의 진술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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