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정통부 및 통신업체에 대한 감사를 실시, 여기서 얻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수사 및 정보기관까지 확대하는 방식의 단계적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먼저 ‘청진기’로 환자를 진찰한 뒤에 ‘내시경’ 진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곽 때리기’식의 접근을 통해 불법감청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감사원이 중점점검 사항으로 제시한 내용 중 △감청통계의 정확성 △관련법규의 개선책 △감청장비 구입예산의 투명성 △사설 불법도청 실태 등은 이미 정부가 나름대로의 해명과 함께 개선방안까지 내놓은 사안들이다.
따라서 이번 특감은 그동안 미흡했던 정부의 해명을 뒷받침하는 선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이번 감청특감의 핵심은 수사 및 정보기관의 허가받지 않은 감청과 무분별한 감청 남용 여부를 파헤치는 것. 감사원은 정통부와 관련 업체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이를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서, 즉 불법감청의 ‘흔적’이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 및 정보기관에 대한 감사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특감은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감사 자체가 봉쇄돼있고 검경 역시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감사가 어렵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