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사직동팀 보고서 '3대 미스터리'

  • 입력 1999년 11월 21일 20시 28분


옷로비의혹을 수사중인 특별검사팀이 압수한 ‘사직동 문건’의 실체를 놓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이 문건을 과연 사직동팀이 만들었는지,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그리고 배정숙(裵貞淑)씨측이 입수한 경위 등 3가지.

이와 관련해 청와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을 총괄하는 박주선(朴柱宣)청와대법무비서관은 18일 ‘사직동 자료’ 압수사실을 공개한 특검팀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만들지도 않은 보고서가 어떻게 있느냐”며 “특별검사는 근거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도 물러서지 않고 “20일 ‘사직동 문건’의 실체를 공개하겠다”고 맞대응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곧바로 한발 물러섰다.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는 “문건에 대해서는 지금 설명하기가 적절치 않으며 필요하면 출처와 유출경로를 조사하겠다”는 원칙론만 내세웠다.

현재로서는 문건 작성자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배씨측은 배씨가 사위 금모씨와 함께 8월말 청문회를 앞두고 신문스크랩을 정리해 ‘도상(圖上)연습’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 일부에선 유력 일간지 부장급 간부가 금씨와 고교동창이고 이 신문이 5월말 ‘사직동팀보고서 단독입수’를 보도했다는 점에서 ‘기자 제공설’을 주장한다.

옷사건 핵심관련자 중 한사람이 배씨와 사이가 나빠지기 전인 1월 사직동팀 조사를 전후해서 ‘입을 맞추기 위해’ 배씨에게 흘려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금주초 재소환되는 배씨와 사위 금씨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씨는 ‘사직동 문건’이나 녹음테이프의 존재가 공개된 뒤 받는 조사라는 점에서, 금씨는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옷로비 의혹의 진상과 관련된 많은 증거를 수집해온 이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번주초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정일순씨가 구속될 경우 ‘메가톤급 내용’을 폭로할 가능성도 있어 옷로비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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