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문건의 내용. 문건에는 사직동팀 조사와 검찰조사 등에서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특별검사팀의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사직동팀 및 검찰수사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문건의 유출 경위. 배씨가 문건을 연정희(延貞姬)씨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주장함에 따라 연씨를 매개로 한 유출경위가 수사결과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권력 핵심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따라서 사건의 성격이 ‘옷 로비 의혹’에서 ‘권력핵심의 은폐축소 의혹’으로 질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이같은 성격변화를 판단하려면 먼저 배씨의 폭로내용, 즉 △문제의 문건이 사직동팀 보고서가 맞는지 △전달경위가 연씨라는 주장이 맞는지 등이 검증돼야 한다.
우선 문건이 사직동팀 보고서라는 확실한 물증은 아직 없다. 사직동팀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문건에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내용과 당시의 정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는데다 ‘대통령님’ 등 권력핵심 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표현들이 들어있다.
문장 형식도 기존의 수사기관 문건과 거의 똑같다. 문건을 직접 본 한 검사도 “사직동팀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건 전달경위에 대해서도 배씨측은 “1월21일 배씨가 서울 안국동 한국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연씨와 이은혜(李恩惠)씨로부터 전달받았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이씨도 ‘특검팀에서 모든 것을 진술했다’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연씨 측도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의문은 이같은 극비 문건이 어떻게, 그것도 내사가 끝난 직후 바로 연씨에게 입수됐느냐는 쪽으로 모아진다.
이는 연씨의 당시 ‘신분’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는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었으며 권력기관에도 가까운 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팀 수사도 이 방향으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권력기관의 은폐의혹’이 특검의 수사대상인가 하는 문제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은폐여부를 파헤쳐야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다’는 논리로 정면돌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사건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사건 자체보다 ‘권력기관의 거짓말과 은폐축소 의혹’으로 이어져 파문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