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직동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 지니는 폭발성과 그 의미가 그만큼 크고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문건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을 통해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전달됐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국가기관의 기밀 누설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전총장은 자신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연락도 두절된 상태. 그러나 그는 23일 자신이 이 문건을 부인 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측근인사와 이에 대한 해명을 어떻게 할지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총장이 전달한 것이라 해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도 중간전달자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누가 문건을 작성해 김전총장에게 전달했느냐 하는 데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검찰조직을 통해 김전총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다. 검찰 정보라인을 통해 문건이 당시 검찰총장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부인하고 있다. 한 검찰간부는 “연씨가 옷로비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검찰내부에 알려진 것은 2월 초였다”며 “연씨가 배씨에게 문건을 전달한 날짜가 1월21일 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작성하거나 전달한 문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전총장이 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문건을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총장에게는 수시로 여러 곳에서 여러 개의 정보보고서가 올려지고 있는데 문제의 보고서도 그 중의 하나였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김전총장이 문건의 출처를 모른 채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김전총장 측근들에게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설득력이 별로 없다. 문제의 보고서는 검찰총장 부인의 옷로비 연루의혹이 담겨있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입수했다면 검찰총장을 독대해 그 출처와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전달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정부기관의 어떤 인사가 연정희씨에게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의 글자 꼴과 필적 등을 정밀 감정해서 사직동 문건과 대조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 출처는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길 바쁜 특검팀에 그런 수사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옷로비사건의 본질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켜갈 경우 출처는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