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수사기밀 잇단 유출 "내부에 '敵'있다"

  • 입력 1999년 11월 25일 18시 51분


옷로비 의혹사건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이 흔들리고 있다.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민감한 수사상황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가 늘고 검찰과 재야 변호사 등 이질적인 구성원사이에 ‘반목’도 형성되는 기미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특검팀은 이달 16일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하면서부터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영장청구를 계기로 배정숙(裵貞淑)씨가 ‘사직동 최초보고서’추정 문건을 공개하는 등 ‘라스포사 동맹’이 무너지고 급기야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이 자진출두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그것도 내부에서 발생했다. 수사가 급진전되는 경황을 틈타 민감한 수사 상황이 외부에 유출되기 시작했다. 특검팀은 이것이 내부자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배씨의 문건이 공개되기전에 문건 이름이 ‘조사과 첩보’라고 보도된 것이나 ‘배씨 사위 금모씨와 친한 기자가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도된 것 등이 그 사례.

여기에다 최근엔 라스포사 매장 여직원 이혜음씨의 특검팀 진술조서가 통째로 유출되어 내부 분위기는 극도로 흉흉해졌다는 것.

특검팀 관계자는 “이 사건이 도중 하차하기를 바라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정치적인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내부자를 색출하려고 하는 순간 팀은 와해된다”고 걱정했다.

또 수사와 공보 경험이 없는 최특별검사가 안해도 될 말을 자주 하는 등 잦은 말 실수를 하는 것도 수사팀의 팀워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5일 한 일간지가 최특검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김전장관에게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도하자 검찰출신의 일부 특별수사관들이 공식 항의표시를 했다는 후문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