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험생 학부모로부터 거액을 받고 실기점수를 높여준 혐의로 25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연세대 성악과 강화자(康花子·54)교수는 당시 학과장이었다.
강교수는 미국 맨해튼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81년부터 연세대 강단에 선 우리나라의 대표적 메조 소프라노.
강교수는 지난해 8월∼올 1월 S음악학원장 김모씨로부터 “성악과 응시생 2명의 실기시험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7000만원을 받고 심사위원들에게 150만∼3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평소 강교수와 친분이 있는 김씨는 학원생 2명의 부모로부터 2000만원과 5000만원을 받고 강교수에게 전달했고 이들은 모두 합격됐다. 돈의 차이가 있는 것은 두 학생의 실력차 때문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강교수는 검찰에서 “돈은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학생들은 충분히 합격할 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강교수는 실기심사위원 17명(연세대 교수 5+외부 초빙교수 12) 중 서울대 교수 2명, 동덕여대 교수 등 6명을 ‘포섭’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준 학생을 알려주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검찰조사에 의하면 강교수가 노래제목이나 수험번호를 심사위원에게 알려주거나 시험도중 ‘눈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검찰은 “95년경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수험생과 심사위원간의 칸막이를 없애는 대신 다른 대학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새로운 수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예체능계 입시에서는 최소한 200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풍문이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 검찰조사 결과 확인된 셈이다.
S학원장 김씨는 학부모 박모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으나 이중 500만원만 동덕여대 음대 윤모교수(56)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박씨의 딸은 결국 불합격처리됐다”며 “돈의 액수가 합격여부와 관련이 있는지 나머지 1500만원은 어디에 썼는지 등을 조사중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교수와 음악학원장 김씨를 불구속입건하고 관련 교수 3명은 액수가 적은 점을 감안해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대학 입시에서도 음대 교수들간의 이같은 ‘입시부정 품앗이’가 성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