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최종보고서/사직동팀 작성 근거]

  • 입력 1999년 11월 26일 07시 11분


22일 배정숙(裵貞淑)씨측이 공개한 이른바 ‘사직동문건’과 청와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작성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이는 ‘최후보고서’는 작성 기관이 같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몇가지 증거가 문건의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먼저 사용한 약물과 문건의 체제가 정확하게 일치하거나 닮았다.

예를 들면 사직동팀의 1차보고서격인 ‘사직동문건’에 사용된 약물 【 】은 ‘최후보고서’에도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일반문건에선 사용되지 않는 특이한 형태의 약물이 두 문건에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은 조사한 사실 등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일종의 각주(脚註) 형태로 두 문건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 PC의 워드프로세서에는 없는 약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물뿐만 아니라 의상실 라스포사라는 명칭이 두 문건 모두에 ‘라스포’라고 잘못 기재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라 스포사(la sposa)는 이탈리아말로 신부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라스포사의 끝자인 사를 문건 작성자가 회사를 의미하는 사(社)로 잘못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두 보고서는 모두 제목을 ‘流言蜚語調査狀況’, ‘檢察總長 婦人關聯 非違諜報 內査結果’라고 한자로 기록하는 등 문건의 문체가 똑같고 작성 형식도 아주 유사하다.

두 문건에는 다른 점도 일부 있다. 1차보고서의 활자크기가 최후보고서에 사용된 활자보다 크다. 물론 두 문건의 동일성을 의심할 만한 사안은 아니고 지엽적인 부분들이다.

또 1차보고서는 누군가가 적어 넣은 ‘조사과첩보’(99.1.14)라는 글씨 아래 △앙드레김 의상실 관련 △라스포 의상실 관련부분 등을 담은 문건과 ‘檢察總長 婦人關聯 流言蜚語’(99.1.18), ‘流言蜚語 調査狀況’(99.1.19) 등 3건의 문건으로 이뤄져 있다.

‘조사과첩보’라는 글씨가 적힌 문건은 단락을 구분할 때 □ o 순서로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1차보고서의 3문건 중 제목이 한자(漢字)로 된 2개의 문건과 최후보고서는 약물이나 문건의 체제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문건의 후반부에서 신동아측이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사장을 통해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 접근하려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영부인님’이라는 호칭을 4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두 문건이 청와대의 지휘를 받는 사직동팀에서 작성돼 유출된 것임을 드러내는 유력한 정황이다.

〈최영훈·정위용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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