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가 옷로비사건을 조작한 흔적이 역력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옷로비 의혹사건은 축소은폐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 등 엄청난 파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은 배정숙(裵貞淑)씨측이 폭로한 ‘사직동 최초보고서’ 문건과 같은 곳에서 만들어졌음이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우선 두 문건에 사용된 약물(문장기호)이 똑같다. 특히 다른 문건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특이한 약물이 똑같이 사용됐다. 의상실 ‘라스포사’의 명칭이 ‘라스포’로 틀려 있는 점도 똑같다. ‘대통령님’이라든가 ‘영부인님’ 등의 호칭도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두 문건이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을 거쳐 유출됐다는 점도 똑같다.
두 문건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특검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의 보고서가 자신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에 사용된 특이한 약물 등으로 볼 때 검찰과 국정원 문건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문건이 사직동팀의 작품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초 보고서도 당연히 사직동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단정할 수 있다.
최종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거칠게 작성된 최초 내사보고서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점이다. 문건입수자인 김전장관의 오랜 지인 A씨의 증언에 의하면 최종보고서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최초 보고서의 내용이 최종 보고서에서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왜곡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보고서가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이 맞다면 옷 로비 사건은 대통령에게 허위보고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일파만파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다. 또 축소 은폐 조작에 관련된 사람들은 직권남용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문건의 유출 및 전달경위도 문제될 수 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극비문건이 유출돼 사건 당사자 개인에게 사적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관련자가 당시 검찰총장 등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 부분의 관련자들도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사직동 문건’에 대한 수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은 배씨측이 공개한 ‘사직동 최초 문건’의 출처와 전달자의 수사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특검팀은 “김전장관 등 관련자들이 끝까지 입을 다물면 우리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왔다. 또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수사기한과 한정된 수사인력도 특검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사직동 최종 보고서’ 문건의 공개로 이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은폐 축소 의혹이 보다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특검팀이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기존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허위보고’ 의혹이 묻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수형·부형권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