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고관(高官)부인들의 거짓말에 이어 권력핵심의 거짓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사건은 ‘단순 로비의혹’에서 ‘권력기관의 거짓말, 은폐 축소 의혹’ 사건으로 본류가 바뀌었고 새로 드러난 사실을 중심으로 엄격한 축소은폐에 대한 책임문제를 따져야 할 국면이다.
특히 본보가 단독 입수한 ‘사직동팀 최종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권력기관의 조직적 은폐조작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돼 정권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법조인들과 시민단체에서는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 사건과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고문이나 도청 자체보다 은폐 축소가 더 문제 돼 정권붕괴로 이어진 만큼 정부 여당이 더 늦기 전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전모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단순한 ‘옷 로비 의혹’ 사건이었다. 고관부인 몇명이 지난 연말에 강남의 고급 의상실에서 옷 몇벌을 사고 사주고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사건에 불과했다. 법조인들은 당시 당사자들이나 수사기관이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했더라면 바로 끝났을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핵심관련자들은 거짓말로 일관했다. 5월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폭로로 사건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때 당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등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부인했다. 연씨 등은 결국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하면서 결백을 주장했고 수사에 나선 검찰은 연씨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
거짓말은 전국민을 상대로 확대됐다. 연씨 등은 전국민이 TV생중계로 지켜본 국회청문회에서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시기와 반납시기 등 중요 쟁점에 대해 거짓말로 일관했다. 일부 여당의원들은 이들의 거짓말을 감싸는데 급급했다.
이들의 거짓말은 사직동팀 조사와 검찰 수사, 국회청문회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법조계에서는 ‘1심(審)수사’와 ‘2,3심 수사’가 모두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러나 이들의 거짓말은 특별검사 수사로 한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했고 그토록 단단하던 고관부인들의 ‘라스포사 동맹’도 깨졌다.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측이 ‘사직동팀 문건’을 공개하면서 부인들의 거짓말은 권력자들의 거짓말로 이어졌다.
김태정전총장은 24일 특검팀에 출두하면서 문건의 출처에 대해 “기억이 안난다”고 하면서도 “사직동팀이나 청와대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사직동팀도 “그런 문건은 만든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본보에 의해 ‘사직동팀 최종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더 이상의 거짓말은 설 땅이 없게 됐으며 당사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