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전비서관은 26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밀문서를 유출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기밀유출 사실을 시인했다. 이런 박비서관의 행위는 형법127조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
이 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경우에 성립한다. 또 이 문건을 박전비서관에게 ‘요청’한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도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만일 박전비서관이 청와대 사직동팀에 사건을 연정희(延貞姬)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축소 왜곡하도록 지시했다면 박전비서관에게는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것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부당한 목적을 위해서나 부당한 방법으로 직무 본래의 취지에 반하는 권한을 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
박전비서관의 직접 지휘를 받는 경찰청 조사과장과 소속 경찰관들은 직권남용의 대상자이지만 동시에 사실을 규명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직무유기죄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 사실과 다르게 조서나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추가된다.
그러나 박전비서관은 자신과 사직동팀이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어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수사를 누가 할 것이냐다.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는 “축소은폐 의혹은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며 “옷 로비 의혹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이 부분을 ‘조사’해 사실을 발표는 하겠지만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수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수사 및 드러난 사실에 대한 기소는 현 법체제에서는 검찰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문제의 보고서를 입수하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이미 사실상의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이 수사한다면 이 사건으로 실추된 검찰의 위상을 고려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미 옷 로비 의혹사건 자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이 동전의 양면인 축소조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해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옷 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법을 당장 개정해 수사기간을 연장하고 수사대상도 축소은폐 의혹과 관련자 위증혐의까지 넓혀 최병모(崔炳模)특검팀이 계속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