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최종보고서' 공개 박시언씨

  • 입력 1999년 11월 26일 19시 46분


옷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사직동팀 최종 내사보고서를 최초로 본보 취재팀에 공개한 사람은 박시언(朴時彦·61·신동아건설고문)씨였다.

본보는 박씨가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 26일자 기사에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과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잘 아는 지인(知人) A씨’라고 표기했다.

▼해남출신 72년 이민▼

박씨는 26일 박주선비서관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박시언’이란 이름을 공개함에 따라 신분이 노출됐다.

박씨는 본보 기사가 보도되고 박비서관이 사표를 제출 수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전장관과 박전비서관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내가 신의를 저버리고 폭로나 하는 사람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문제의 보고서를 내가 몰래 가지고 나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당시 김태정총장이 문건을 건네주며 천천히 읽어보라고 해 총장 부속실에서 보다가 비서에게 부탁해 복사를 한 것”이라고 입수경위를 밝혔다.

박씨는 전남 해남출신. 목포고를 나와 공병장교로 베트남에서 9년간 근무했다. 7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그곳에서 공병장교 경험을 살려 건축업을 시작해 사업가로 대성공했다.

그는 ‘파크랜드 건축’ 대표로 사업을 하면서 미국 국무부 극동담당 자문위원, 로스앤젤레스시 컨벤션센터 커미셔너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으며 90년 미국의 한 남성잡지에 의해 ‘미국을 막후에서 움직이는 파워브로커 73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순영씨 구명운동"▼

박씨는 언제나 성경을 들고 다닐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며 이것이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3월 신동아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돼 5월 그만둔 뒤 현재 신동아건설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박씨는 최회장이 지난해 외화도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호남인맥의 여권인사들을 상대로 최회장과 신동아그룹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朴씨 "로비스트 아니다"▼

박씨는 “나더러 여권 실세들과 교분이 두터운 전방위 로비스트라고 하는데 그러면 신동아그룹이 지금처럼 되었겠느냐”고 반문하고 “평소 아는 사람을 찾아가 선처를 호소하는 것은 몸담고 있는 기업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로비스트설을 일축했다. 그는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문제의 문건을 공개하게 됐을 뿐이다”고 말했다.

미국시민권자인 박씨는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곧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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