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잘나가는 벤처기업가 "마음은 비단"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13분


【‘벤처기업가는 성공하면 인간성이 바뀐다?’

벤처기업을 창업했다가 성공해 순식간에 수십억, 수백억원을 벌면 ‘인간성’이 바뀐다는 말이 많다. ‘사람을 무시한다’거나 ‘부자가 되더니 콧대가 높아졌다’는 비난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중견벤처기업을 경영하는 P사장은 “코스닥 상장 이후 주변의 오해를 살까봐 말을 조심하고 행동도 주의했다”면서 “그럼에도 거만해졌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최근 화제가 된 두 벤처기업인은 이같은 편견과 선입견을 바꿔주기에 충분하다.】

▼사재 털어 모교에 10억원 쾌척▼

새롬기술 오상수(35)사장 부부는 이달 22일 모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았다.

오사장은 이 학교 전산학과 석사, 부인 길아라교수(숭실대)는 박사출신. 이들 부부는 전산학과에 연구발전기금으로 10억원을 기증한뒤 조용히 귀경했다.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는 회사돈이 아닌 순수한 개인돈이었다.

딱 하나 내건 기증조건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기증현장에 수십명의 학생과 학교관계자가 참석해 결국 소문이 나고 말았다.

오사장은 “부인의 의사에 따라 기증했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부인인 길교수는 “결혼 이후 남편과 다툰 일도 있지만 모교에 발전기금을 내겠다는 결심을 해줘 정말 고마왔다”고 남편에게 공을 돌렸다.

새롬기술은 오사장을 포함해 KAIST 동문들이 힘을 합해 세운 벤처기업. 새롬데이터맨 등 인터넷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지금은 새롬소프트 새롬아이티 등 계열사만도 4개에 이른다. 올해 7월 코스닥에 등록한 이후 주가가 10배 이상 급등하는 성장세.

▼前직장 상사 공동대표로 영입▼

인터파크 이기형(36)사장은 이달초 전 직장의 상사였던 유종리(43)씨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이사장이 데이콤 대리로 근무할 때 유사장은 전략기획본부 기획부장.

직장상사를 영입한 이사장의 노력은 물론 부하직원의 사업에 선듯 동참한 상사의 결심도 업계에서는 화제다.

데이콤 내부에서는 “조그만 벤처에서 무엇을 하겠느냐”며 유사장을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사장은 3개월에 걸친 집요한 ‘삼고초려’를 통해 유사장은 마음의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사장은 자신의 승용차보다 한단계 비싼 국산 최고급승용차 에쿠스를 유사장에게 ‘선물’했고 유사장은 회사설립자인 이사장의 입장을 고려해 이를 사양했다.

인터파크는 자본금 51억원으로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벤처기업. 그러나 주가는 7월 이후 10배 이상 폭등해 성장성을 평가받고 있다. 이사장은 공동대표체제에 대해 “유사장을 모시게 돼 오히려 기쁘다”며 “기업을 하면 할수록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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