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시점을 규명하는 것이 명확한 유출경위를 밝히는 데 불가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의혹 규명은 검찰로서도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29일 검찰 내부에서 수사팀과 수뇌부간의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수뇌부가 최종보고서를 우선적인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 수사팀은 보고서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은 비중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내사착수시점〓내사착수 시점은 사직동팀이 내사 이전에 사건 관련자들에게 조사 내용을 미리 알려주었는지 여부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내사 시점과 관련해 지금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경찰청 조사과의 해명, 이형자(李馨子)씨와 배정숙(裵貞淑)씨의 주장은 모두 엇갈린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줄곧 “내사착수 시점은 올해 1월15일”이라고 밝혀왔다. 경찰청 조사과는 국회청문회가 열린 8월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형자씨를 처음 조사한 날은 1월19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형자씨는 국회청문회에서 “사직동팀 조사를 1월7일과 9일 사이에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1월7일경 사직동팀 요원 2명이 찾아와 진술서는 쓰지 않고 말로 얘기해줬다”고 털어놓았다.
배정숙씨도 이날 “1월8일경 집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이씨와 비슷한 증언을 했다.
청와대법무비서실과 경찰청의 해명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신빙성이 희박하다.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이 유출한 문건 가운데 ‘조사과첩보’라는 제목의 문건에 ‘1월14일’이란 날짜가 적혀 있는 것을 봐도 그 이전에 내사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만일 이형자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연정희(延貞姬)씨는 내사가 착수된 뒤에 호피무늬반코트를 반납한 것이 되어 새로운 파문이 예상된다.
▽라스포사의 장부조작〓정일순(鄭日順)라스포사 사장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는 장부조작 시기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사직동팀이 내사 이전 단계에서 장부를 미리 조작하게 한 뒤 관련자들의 진술을 짜맞추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전장관이 유출한 초기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조작된 장부를 토대로 연씨가 호피무늬반코트를 구입한 날이 지난해 12월28일로 적혀 있다.
정씨는 16일 “1월10, 12일경 아내가 교회측으로부터 소문을 듣고 장부를 바꿨다”고 말했다가 28일에는 “연정희씨의 요청으로 1월18일에 장부를 조작했다”며 말을 바꿨다.
이에 따라 정씨는 사직동팀의 공식 내사착수시점이 1월15일이라는 점을 의식해 말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옷로비의혹사건의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는 29일 “연씨가 1월 18일 오전 라스포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갔다는 정황증거도 있어 라스포사의 실제 장부 조작일은 이 날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