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수사]박순용 검찰총장 "잠못 이루는 밤"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26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에겐 요즘이 ‘잠 못이루는 밤’이다.

전남출신인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은 경북출신인 박총장과 고향은 서로 다르지만 연(緣)이 깊은 검찰 선후배들. 두사람은 대검 중앙수사부로 ‘피의자’자격으로 소환될 운명이고 박총장은 두사람을 사법처리해야할 상황에 처해 있다.

세사람은 97년 대선직전 한나라당의 폭로로 시작된 ‘DJ 비자금사건’ 수사유보 결정 당시 ‘같은 배’를 탔다.

당시 김전장관이 검찰총장, 박총장이 대검 중수부장, 박전비서관이 수사기획관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공동운명체 관계’였다.

김전장관이 사법시험 4회(64년)로 8회(68년)인 박총장보다 4기 선배. 김전장관이 평검사시절 지방을 전전한 반면 박총장은 법무부와 서울지검을 거치는 등 검사초년병 시절부터 잘나갔다.

경북 선산이 고향으로 TK출신인 박총장도 93년이후 서울지검 서부지청장 대검 공판송무부장 춘천지검장을 지내며 한동안 ‘소리없이’ 살았다. 그러다가 법무부 교정국장에 발탁되면서 이후 검찰국장 대검중수부장 서울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수에 올라 이른바 ‘검찰의 빅4’를 모두 거친 검찰사상 전례없이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두사람이 이렇게 승승장구했던 배경에는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안우만(安又萬)법무부장관의 신임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박전비서관은 사시 16회로 박총장보다 8기 후배. 이들은 97년 중수부장과 수사기획관으로 단 한차례 함께 근무했다. 하지만 두사람 역시 믿고 따르는 각별한 사이였다.

그러나 박총장은 붕괴 위기에 몰린 ‘검찰조직’을 살리기 위해 아무리 아파도 사사로운 인연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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