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해외이삿짐, 부피2배 부풀려 엉터리요금 청구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56분


‘해외 이삿짐 운송비 바가지 조심하세요.’

IMF사태 이후 급증한 이민자나 역이민자 또는 유학생들을 상대로 국내의 이주 화물운송업체들이 갖은 수법을 동원, 해외이삿짐의 운송비를 실제보다 2배 이상 부풀려 받아내는 ‘바가지 상혼’을 일삼아 말썽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현지 제휴업체들과 짜고 외국어에 서툴고 현지 실정에 어두운 이민자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추가요금을 우려내는 등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태▼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민화물업체 B사와 제휴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2년째 이민화물업체 S트랜스를 운영해 온 김모씨(34)가 폭로한 수법을 살펴보면 ‘일그러진’상혼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바가지 수법’은 현지 제휴업체들과 짜고 이삿짐의 실제부피를 속여 화주들에게 고율의 요금을 뜯어내는 것.

대개 선박편을 이용하는 해외 이삿짐의 운송단위는 부피단위인 CBM(㎥)이며 지역과 운송조건(DTD:Door to Door:집에서 집까지, DTP:Door to Port:집에서 항구까지)에 따라 비용이 다양하다.

캐나다 등 미주지역의 경우 DTD로 산정할 때 CBM당 운송단가는 16만∼17만원선. 그러나 이들은 화주들에게 운송단가를 1만∼3만원 싸게 해준다고 한 뒤 실제부피를 2배이상 부풀려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이 경우 해당업체들은 현지업체들과 짜고 ‘이중B/L(선하증권)’을 작성해 미리 팩스로 주고받아 입을 맞춘 뒤 화주들에게 ‘엉터리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것.

김씨는 “다수의 국내업체들이 이같은 수법으로 고액의 운송비를 챙겨 왔으며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피해를 본 사실조차 모른 채 넘어간다”고 밝혔다.

또 포장된 이삿짐의 선적을 마친 뒤 출국날짜가 임박해 화주에게 계약보다 부피가 초과됐다고 속여 추가로 요금을 받아내는 경우도 자주 ‘애용’하는 수법중의 하나.

이주민들에 대한 ‘농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업체들은 출국전 모든 비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제휴업체로 하여금 이주민들을 상대로 ‘현지 운송비용’ ‘세관통관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백달러의 추가요금을 뜯어내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김씨는 “만약 지불을 거절할 경우 화주들이 지불할 때까지 이런저런 핑계로 이삿짐 통관을 차일피일 미뤄 피해를 준다”며 “이같은 사기극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현지업체에 그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도 잦다”고 말했다.

▼원인과 대책▼

이같은 ‘일그러진’상혼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해외이삿짐 수주를 위해 할인공세 등 과당경쟁을 벌이다보니 이렇게 ‘편법’으로 요금을 부풀려 받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 이주를 앞두고는 그렇지 않아도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이삿짐 운송비용 등 ‘사소한’ 사안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고객들의 허점을 노린 업체들의 농간도 주요원인.

부피단위인 ‘CBM’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고객들은 업체에서 청구하는 비용을 곧이 곧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고 이중B/L의 작성 등 업계측의 관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해외 이삿짐을 꾸리기 전에 여러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보고 할인공세를 펴는 과장광고에 주의해야 하고 이삿짐의 선적서류를 사전에 확인하는 등 세심하게 주의하는 것만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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