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처원씨, 고문경관에 8000만원 지원

  • 입력 1999년 11월 29일 23시 02분


박처원(朴處源·72)전치안감은 카지노업자 전낙원(田樂園)씨로부터 받은 10억원 가운데 8000만원을 ‘김근태(金槿泰) 고문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의 소송비용으로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근안(李根安)전경감의 도피행적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문효남·文孝男)는 29일 박씨가 이달 2일 김수현(金秀顯)전 경감 등에게 80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을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밝힌 10억원 전달경위 및 사용처는 이렇다.

박씨는 88년 ‘박종철고문치사사건’으로 퇴직한 뒤 수사연구소 설립을 구상하고 당시 치안본부장이던 조종석(趙鍾奭)씨에게 연구소설립기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89년11월 김우현(金又鉉)당시 치안본부장에게 재차 요청해 10억원을 받았다. 김전치안본부장은 이 돈을 사업가 나모씨(94년사망)의 소개로 알고 지내던 카지노업자 전씨로부터 받았다.

박씨는 ‘현대비교문화연구소’를 설립했지만 문민정부 출범 무렵인 93년3월 연구소를 폐쇄했다.

그러나 10억원의 사용처를 둘러싼 의혹은 남아있다.

본보가 단독입수한 ‘박처원 10억원의 계좌 내역’에 따르면 박씨는 연구소를 폐쇄한 93년 이후에도 매년 원금과 이자 등 1억원 이상을 사용해 지금까지 모두 11억원(추정액)을 사용했으며 현재 6억7000만원을 남기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의 일부가 이씨의 도피자금으로 제공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형권·김승련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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