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최종보고서 변조논란]엇갈리는 4가지 의혹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과 박시언(朴時彦)전신동아그룹부회장이 공개한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 내용과 약물 등 주요부분이 현격히 다른 것으로 드러나 문건변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전비서관은 최종보고서가 동아일보 취재진에 의해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해도 박전부회장을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잡아떼다가 특검조사에선 몇차례 만난 사실을 시인해 말의 신빙성을 의심케하고 있다.

두 보고서의 차이점을 보면 박전부회장측의 보고서는 제목이 6개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박전비서관이 내놓은 보고서엔 7개항으로 ‘건의’항목이 하나 더 있다. 일부 약물과 글자의 굵기 등에서도 미세하게 다르게 되어 있다.

보고서 작성 및 유출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서로 상대방이 누락 또는 변조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손을 댔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누락된 부분은 이 사건의 ‘본질’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누락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이 원본내용과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락 및 변조의 주체가 누구며 그 의도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당사자는 법적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누락의혹 부분〓박전부회장이 26일 동아일보에 공개한 문건은 ‘검찰총장 부인관련 비위첩보 내사결과’라는 제목 아래 ‘1.내사경위 2.첩보요지 3.첩보취득 경위 4.내사결과 5.관계자들의 행적 6.의견’ 등 6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박전비서관이 29일 공개한 문건에는 이외에 ‘7.건의’ 항목이 추가돼 있다.

이 항목에는 “최순영회장의 사건은 미화 1억6500만달러의 재산 해외도피, 수출금융 1억8500만달러 편취행위로 사안이 중대한 점, 공범인 사장 김종은이 구속된 점, 사건처리를 둘러싼 유언비어가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건대 최순영의 구속으로 사건의 신속한 종결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됩니다”고 기록돼 있다.

▽누락됐다는 주장〓박전비서관은 박전부회장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왜 누락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면 공개한 배경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측면이 있다. ‘최회장 구속’은 이미 다 알려진 일로서 신동아측에 더 이상 불리한 내용이 아닌데 뭣하러 이 부분만을 누락시키고 공개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박전부회장도 “청와대에 원본이 있기 때문에 일부를 누락시키면 바로 들통이 날텐데 그런 일을 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게 한다.

▽사후에 조작됐다는 주장〓박 전부회장은 자신이 문건을 공개한 후 사직동팀이나 제3자가 가필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그 근거로 △두 문건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6개 항목은 문장이 ‘…반환’ ‘…없었음’ 등의 경우처럼 명사형으로 끝나는데 반해 ‘7.건의’ 항목은 ‘…사료됩니다’는 술어(述語)체로 돼있다는 점 △앞의 문건은 인용부호가 ‘낫표(「 」)’로 돼있는데 뒤의 문건은 ‘겹낫표(『 』)’로 돼 있다는 점 △‘7.건의’ 항목은 문건의 주제, 즉 ‘검찰총장 부인 비위첩보’와 상관없는 엉뚱한 내용이라는 점 △뒤의 문건의 글꼴과 문장형식이 앞의 것과 다르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박전부회장은 “우리가 공개한 보고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또는 우리가 공개한 보고서가 최종보고서가 아니라는 점을 위장하기 위해 누군가가 사후에 최종보고서 문건에 가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무리가 있다.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문서를 ‘사후조작’하는 위험을 무릅쓸 합리적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제3의 가능성〓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이 박전비서관으로부터 받은 문건에는 최회장 구속건의 부분이 있었는데 김전총장이 이 부분을 가리고 복사한 뒤 박전부회장에게 건네줬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전총장 자신이 최회장 구속을 주도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구속건의 부분을 삭제하고 박전부회장에게 건네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 김전총장측은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원본의 내용이 누락된 것이 사실인지, 누락됐다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누락시켰는지, 또 누락되지 않았다면 누가 가필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새로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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