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박사 헌법초안 육필원고 첫 공개…고대에 기증

제2∼4대 고려대총장을 지낸 고 현민 유진오(玄民兪鎭午)박사가 직접 작성한 대한민국 헌법초안의 육필초고 등의 자료가 유족들에 의해 최초로 공개됐다.

유박사의 부인 이용재(李容載·78)여사는 유박사가 48년4월 헌법기초위원으로 참여해 작성한 헌법초안의 육필원고를 1일 오후 고려대 본관 회의실에서 이 학교 김정배(金貞培)총장에게 기증했다.

헌법전문과 국민의 권리, 국회 정부 등 총 9장으로 나뉘어 작성된 육필원고는 여러번 삭제하고 수정한 흔적이 5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어 유박사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국한문을 혼용한 이 원고는 전문 첫머리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조선인민은 정의와 인도와 자유의 깃발 밑에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적어 정부의 역사성과 목표를 분명히 했다.

특히 총강 제1조는 ‘조선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으며 제2조에 ‘국가의 주권은 인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해 민주주의와 주권재민의 원리를 밝혔다.

또 제3조와 제4조는 ‘조선국민의 요건은 법률로서 정한다’ ‘조선의 영토는 조선반도와 울릉도 제주도 등 기타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인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조항에서는 ‘인민은 일절 특권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법률상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며 평등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여사는 그간 이 원고를 서류봉투에 담아 집에서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려대는 이 원고를 학교 박물관에 보관 전시할 계획이다. 유박사는 고려대총장 외에도 제1대 법제처장과 국제법학회장 등을 역임한 법학계의 원로였으며 87년 별세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