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문건유출]박시언씨가 털어놓은 사안별 입장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박씨는 로비의혹과 보고서 유출 등과 관련해 이렇게 털어놨다.

▼여권 실세와의 관계▼

검찰은 “로비를 위해 누구를 만났으며 누구에게 돈을 줬느냐”고 추궁했다. 김중권(金重權)전비서실장 박상천(朴相千)의원 등을 거론했다. 권노갑(權魯甲)고문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같은 동교동 실세를 아느냐고도 물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나는 이들을 단 한 명도 모르고 만나본 적도 없다. 검찰은 “한화갑총장은 같은 동문(M고)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았다. 동문회에도 나가본 적이 없다. 모 일간신문에서 ‘박시언이 대통령을 팔고 다녀서 청와대의 경고까지 받았다’고 보도했는데 그런 3류 소설같은 이야기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로비자금 100억원설▼

여당 야당 의원들에게 오히려 묻고 싶다.(내가 돈을 뿌렸다는)자료가 있으면 나랑 직접 얘기하자. 나를 국회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최순영회장을 만나 일을 시작하면서 ‘영수증 없는 돈’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 연봉은 1억3500만원이고 월 판공비는 500만원이었다. 형사사건에 영향 줄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검찰총장을 모른다면 총장을 아는 사람을 찾아 돈을 썼을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지 않느냐.

▼어떤 로비했나▼

지난해 6월1일 신동아그룹 부회장이 된 후 “최회장을 수사하면 외자유치 협상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최회장의 구속은 2억달러의 협상 차질을 가져온다고 설득했다.

실제로 외자유치 협상액은 최초 12억달러에서 8억500만달러까지 내려갔다. 당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과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에게 강력하게 얘기했다. 김전총장은 돈을 받고 사건을 해결해 줄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의 성품을 내가 안다. 10여차례 사무실과 집으로 찾아가 부탁했다. 내 호소가 먹힌 것인지 경제부처 장관들이 건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수사가 유보됐다.

지난해 12월 옷값 대납 요구가 있었다. 처음 2200만원에 추가로 3500만원, 총 5700만원이었다. 최회장이 뇌물공여죄를 걱정하길래 구속되거나 책임질 일은 내가 다 할테니 줘버리자고 했다. 그러나 결국 아무 것도 안 줬다. 내가 최회장이었으면 줬을 것이다.

최회장이 구속된 후인 5월 박전비서관에게 전화해서 “당신들이 (옷 사건 때문에 최회장을) 구속했으니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으로 구형량이라도 낮춰달라”고 부탁했다. 내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했다는 박전비서관의 얘기는 황당한 소설같은 것이다.

▼보고서 공개배경▼

지난달 15일경 최회장에게 “특별검사 수사기간중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회장은 “당신이 한국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절대 안된다”고 말렸다. 같은 달 24일 김대통령이 ‘옷 사건의 철저한 규명’을 지시하는 것을 보고 결심했다. 공개에 따른 피해도 훨씬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5일 최회장을 다시 방문해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최회장도 체념한 듯 “어차피 그렇게 됐다면 뒷수습이나 잘 하라”고 말했다. 이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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