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씨 대검 소환]검찰 '예견된 일' 오히려 담담

  • 입력 1999년 12월 2일 19시 47분


5월24일 많은 비판과 논란 속에 검찰총장에서 극적으로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된 김태정(金泰政)전장관. 그는 당시 대검 현관에서 직원들과 즐겁게 작별인사를 나눴다.

“세상 일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요.”

대전법조비리와 검사항명 파동, 국회의 탄핵소추 표결 등의 모든 풍파를 이겨낸 소회를 표현한 말이었다. 그런 그가 3일 ‘피조사자’의 신분으로 대검 현관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 그의 말대로 세상 일은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모양이다.

‘김전장관, 3일 대검으로 전격소환’ 소식이 알려진 2일 오후. 일선 검사들과 검찰 직원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전직 검찰총수가 피의자가 될 지 모르는 피조사자 신분으로 후배검사에게 소환된다는 사실은 검찰내부에선 ‘충격’보다는 오히려 ‘예견됐던 일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했다.

대검의 한 중견검사는 “만신창이가 된 검찰로서는 더 이상 놀랄 일도, 더 이상 슬퍼할 일도 없다. 그저 사태가 발전적으로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전직 검찰총수가 재직 중의 행동 때문에 대검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김전장관이 처음. 92년 대선 당시 ‘부산지역 기관장 대책회의’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던 김기춘(金淇春·현 한나라당 의원)전법무장관은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김태정전장관에게 ‘마지막 의연함’을 기대하는 젊은 검사들도 있었다.

서울지검 형사부의 30대 검사는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검찰 조직의 장(長)이었던 김전장관이 후배 검사들 앞에서만큼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주문.

김전장관의 소환과 관련해 일각에선 ‘보고서 유출 사건마저 정치 논리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1일 김전장관이 “신동아사건을 처리할 때 외압이 많았다”는 주장을 펴고 여권에서 “검찰이 개인적 인연 때문에 사건을 늑장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이 터져나온 직후인 2일 소환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부형권·김승련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