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선 검사들은 살이 홀쭉하게 빠진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이 피조사자 자격으로 대검에 출두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맹수의 동티’라는 섬뜩한 말을 떠올렸다.
이말은 최병국(崔炳國)전전주지검장이 2월1일 퇴임하며 김총장을 겨냥해 던진 의미심장한 독설(毒舌) 중의 한마디.
“맹수는 병이 깊으면 제 살을 물어뜯어 그것이 동티를 내 죽음에 이릅니다. 하늘이 착하지 않은 자를 돕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그 흉악함을 기르게 하여 더 큰 형벌을 내리려 하는 것입니다.”
한 검사는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으로 김전장관이 옷을 벗는 것이 그 동티인가 했더니 그보다 더 큰 동티가 자라고 있었다”고 따끔하게 한마디했다.
두 관련자가 동시에 소환되는 ‘절차’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검사들은 3일 오후 내내 일손을 놓고 선배들의 ‘문제 있는 처신’을 화제에 올렸다.
일선 검사들의 화두는 ‘결과론’에 모아졌다.
“그가 올 1,2월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이은 성명파동과 평검사 항명파동 때 후배들의 퇴진요구를 수용하고 살신성인했더라면 오히려 검찰의 영웅이 되었을텐데….”
당시 검사들은 “관행적인 떡값과 술대접을 받은 것이 죄라면 모든 검사가 사표를 쓰든지, 가장 오래 근무해 전별금과 향응을 가장 많이 받았을 김총장이 대표로 써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몇몇 검사들은 김총장을 찾아가 “지금 물러나시는 것이 모두 사는 길”이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 자신도 3,4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오히려 김총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평검사들이 김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항명파동을 일으키자 “밑에서 치받는다고 조직의 장이 물러나면 국가의 기강이 서지 않는다”며 항명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처를 엄명했다. 돌이켜 보면 이게 비극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