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총수 구속시킨 검찰표정]"가장 길었던 하루"

  • 입력 1999년 12월 5일 19시 56분


‘검찰 역사상 가장 긴 하루.’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이 구속수감된 4일을 신광옥(辛光玉)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수사팀은 3일 오후 소환된 김전장관을 이날 새벽까지 밤새 추궁했다. 검사 앞에서는 그 역시 그저 피의자일 뿐이었다.

김전장관측 임운희(林雲熙)변호사는 “변호인 접견도 제대로 못 했다. 일반 피의자보다 더 혹독하게 다루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보통사람보다 법 더 엄격적용

김전장관의 최종보고서 유출 및 변조 혐의는 굳어져 갔다. 그러나 그는 이른바 ‘최초보고서’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며 끝내 함구했다.

수사팀은 ‘최초보고서’의 출처와 전달자를 밝히지 못하면 수사는 사실상 실패라는 합의에 도달했다. 따라서 김전장관의 입을 열기 위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수뇌부에 전달했다.

오전 10시 반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검사장급 대검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의견을 물었다.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최종결론은 ‘법 집행기관의 최고책임자에게는 보통 사람보다 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낮 12시40분 전직 검찰총장이자 법무부장관에 대한 최초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검찰총장이 11층 조사실에 앉아 있는 김전장관을 찾아갔다.

“선배님, 마음 크게 가지십시오.”

“….”

조사 받는 동안 연신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자탄하던 김전장관. 그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잘모셔라" 구치소에 당부전화

오후5시 영장이 발부됐다. 신승남(愼承男)대검 차장은 서울구치소로 전화를 걸어 “가시거든 잘 모셔라”라고 당부했다. 선배에 대한 최후이자 최소의 예우였다.

오후 10시25분 김전장관은 서울구치소로 떠났다. 신승남차장 등 몇몇 후배들이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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