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씨 잠못이룬 구치소 첫날밤]

  • 입력 1999년 12월 5일 19시 56분


‘직업-변호사,수인(囚人)번호-3223’.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이 기나긴 영욕(榮辱) 끝에 도달한 곳은 차디찬 구치소의 1.1평짜리 독방이었다.

4일 오후 11시경 경기 의왕시 청계산 기슭의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김전장관은 신체검사 등 간단한 입소절차를 마친 뒤 수인번호 ‘3223’번을 단 구치소 복장으로 갈아입고 1동 독거실에 수용됐다.복장은 본인이 돈을 내 입을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자변사복’으로 관복보다 보온효과가 좋아 한겨울에 재소자들이 선호하는 옷.

6개월전까지도 장관으로서 교정행정을 총지휘했던 그였지만 이날은 피의자 신분이었다.

구치소 간부들은 김전장관의 ‘첫날 밤’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잠은 잘 잤다”고 말했다.그러나 그의 근황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교도관들은 긴 한숨소리와 뒤척이는 인기척이 간간이 복도까지 들렸다고 전했다.

과거 저명인사들이 수감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직 법무장관이 입소한 때문인듯 구치소의 5일 아침 식사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김전장관은 오전 6시에 기상해 쌀과 보리가 8대2로 섞인 밥과 야채된장국,오징어젓무침,배추김치로 ‘1식3찬’의 구치소 첫 식사를 마쳤다.관계자들은 “식사의 3분의2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변호인인 임운희(林雲熙)변호사가 접견을 왔지만 일요일이어서 면회를 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김전장관은 석방될 때까지 나무 마루바닥에 세면기와 용변기가 설치된 독거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구치소측은 변호인 접견과 도서반입 등에 최대한 예우를 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미결수가 공판이나 검찰에 출두할 때 포승과 수갑을 채운다’는 행형법 규정까지 어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배당절차 등이 남아 있어 김전장관에 대한 첫 공판은 1개월 뒤에나 열리게 된다.

검찰은 김전장관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공문서 위변조 및 행사죄’를 적용할 방침이다.첫 죄목의 법정형량은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이하의 자격정지이고 두번째는 10년이하의 징역형이다.

재판의 쟁점은 △사직동 최종보고서가 비밀문서에 해당하는지 △자신에 대한 음해를 해명하기 위해 문서를 복사·유출한 것이 ‘범죄의 의도’에 해당하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전장관을 위해서는 호화변호인단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임변호사 외에 김석휘(金錫輝)안우만(安又萬)전법무장관이 5일 무료변론을 자처하며 선임계를 냈고 천경송(千慶松)전대법관이 6일 선임계를 낼 예정이다.

김전장관과 서울법대 동창인 반헌수(潘憲秀)손진곤(孫晋坤)변호사가 김전장관의 대학과 사시4회 동기 변호사들을 모으고 있어 변호인단은 20∼30명에 이를 전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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