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1백여명, 전경련회장실 5시간동안 점거농성

  • 입력 1999년 12월 6일 19시 44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해 재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노총의 27개 산별대표와 조합원 등 100여명이 6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관 2층 회장실을 기습점거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허용과 재계의 정치활동 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5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노동계가 전경련 회장실을 점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전경련이 재계 입장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에게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내년 총선에서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은 망국적 ‘정경유착’을 공개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노동자의 피땀으로 이룩한 ‘결실’을 정치뇌물로 사용하려는 재계의 의도를 노골화 한 것”이라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과 이남순(李南淳)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양측대표자 10여명은 2시간에 걸쳐 사태해결을 위한 대화를 계속했다.

손 부회장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정치권이 아닌 노사정위원회의 틀안에서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원금의 차등지원 등 대책을 밝힌 것이며 정치자금 제공,낙선운동 등은 노총이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성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3시20분경 △현행법을 지킨 정치활동 참여 △정치인 낙선운동 철회 등을 담은 전경련측의 입장을 ‘문서’로 확인한 뒤 5시간에 걸친 농성을 풀고 자진 해산했다.

이날 노총 조합원들은 건물 지하상가를 통해 일제히 건물 내부로 진입해 2층 회장실과 회의실을 점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경련 직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전경련회장실 점거농성을 푼 뒤 박위원장과 10여명의 노총 간부들은 인근 국민회의 당사를 방문,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을 만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근로시간 단축,전력산업 분할매각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다시 농성에 들어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노사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민주노총도 이날 낮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18일 국회 폐회 때까지 국회 앞에서 단병호(段炳浩)위원장과 산별연맹 대표 등 지도부 20명이 참가한 가운데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정용관·윤상호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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