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밀레니엄 행사의 하나로 세계 12개국 청소년 12명이 참가하는 ‘극에서 극까지 2000(Pole to Pole 2000)’에 동참할 주인공은 최재웅(崔在雄·18·서울 서초구 방배동)군. 서강대 자연과학부 1학년생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영국 출신 탐험가 마틴 윌리엄스(미국 거주)는 6일 동아일보사에 보내온 E메일에서 “참가희망자 수백명의 E메일 신청서를 검토한 끝에 최군을 선정했다”며 “신청자들과 수차례씩 E메일을 주고 받은 결과 최군이 가장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발조건은 영어 회화와 작문 실력 이외에 △스키 경력 △20㎏의 짐을 짊어지고 하루 8시간씩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 △컴퓨터 실력 △여행경험 △환경 교육 인류애에 대한 관심도와 관련활동 참여 여부 등.
최군은 이들 조건을 두루 갖췄으며 특히 스키를 능숙하게 탈 수 있다. 스키실력이 중요한 것은 여정(旅程)중 남극에서는 영하 45도의 강추위 속에서 60일 가량을 스키와 썰매로만 이동해야 하기 때문. 윌리엄스는 “하루에 160여통씩의 E메일을 보내준 한국 청소년의 높은 관심에 놀랐다”며 “이들이 앞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군 등 청소년 탐험대는 북극을 떠나 미주 여러 나라를 지나면서 비정부기구(NGO)들이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에 동참한 뒤 남극에서 2001년 첫 해돋이를 맞는다.
▼한국대표 최재웅군 "軍면제돼 고생 자원…끝까지 도전"▼
‘극에서 극까지 2000’ 행사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는 최재웅군은 서울 세화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강대에 입학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스키 스노보드 등 모든 스포츠를 두루 즐긴다. 키 178㎝, 몸무게 65㎏.
매사에 당당한 신세대답게 인터뷰장소에여자친구와함께나타난 최군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신청했는데 뽑혀서 무척 놀랐다”며 “한국을 대표해 참가하는 만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여정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가 중요한 선발조건이었는데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을 무리없이 할 정도는 된다. 여섯살때 아버지(최승훈·崔承勳 연세대 의대교수)를 따라 미국 필라델피아에 가서 2년간 살았다.”
―참가를 신청한 동기는….
“생후 10개월 됐을 때 신장암을 앓아 신장 한 개를 떼어냈다. 아마 이 병력 때문에 군대를 면제받게 될 것 같다. 군대를 못가는 대신 ‘극에서 극까지 2000’에 참가해 넓은 세계도 보고 몸으로 부닥치는 고생도 하면서 남자다움을 키워보고 싶었다.”
―어떻게 선발됐나.
“동아일보 기사를 보자마자 곧바로 마틴 윌리엄스에게 E메일을 띄웠다. 사흘쯤 뒤에 키와 몸무게 등을 묻는 답장 메일이 왔다. 그후 7번쯤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인터뷰했다.”
―스키실력을 포함해 선발조건이 꽤 까다로웠는데….
“겨울철마다 스키장을 찾을 만큼 알파인 스키를 즐긴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키를 배워 고난도 코스도 무난히 탄다. 스노보드 스케이트도 즐긴다. 요즘 청소년들이 대부분 그렇듯 인터넷은 웬만큼 다룰 수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에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평소 유엔아동보호기금(UNICEF) 등의 행사에 관심을 쏟아왔다는 얘기를 E메일로 보낸 것이 선발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가.
“부모님 모두 좋은 기회라고 격려해주셨다. 특히 아버지는 진취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늘 강조하셨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도 도전해 보라고 권하셨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